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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단상(斷想)

상춘지절(常春之節). 산마다 등산객들로 넘친다. 지난 토요일 모악산 주차장엔 그 넓은 공간에 차 한대 쑤셔박을 틈이 없을 정도로 산행차량이 몰렸다. 산에는 지금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다. 개나리는 끝물이지만 훈풍에 삭풍이 섞인 날씨 탓인지 아직도 질 줄을 모른다. 천변의 버드나무 잎새도 어느덧 연녹색의 춘향을 내뿜고 있다.

 

봄꽃 중 화사하기로는 벚꽃이 제일이다. 새하얀 모시 적삼을 곱게 차려 입은 아낙네의 빼어난 자태를 연상시킨다. 얇은 꽃잎이 하나하나 꽃비처럼 흩날리듯 떨어지는 풍경도 인상적이다. 활짝 피었다 금세 사라지는 특성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대표 격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덧없음도 함께 느끼라는 뜻일까. 인생의 여정으로 비유한 시도 있다. …꽃 분분 /눈 분분/ 눈물이 나도록 만개하고/ 터질 듯 눈부신 네 모습은/ 차라리 북받치는 설움이다. 꽃들은/ 열화같은/ 그리움으로/ 마지막 가는/ 여정을 한껏 불태운다(박형보의 '벚꽃행렬')

 

그런데 벚꽃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일본 국화(國花)로 잘못 아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식물학자 코이즈미 겐이치는 1933년 제주도가 벚꽃의 원산지라 주장했고, 식물학자인 박만규 박사도 1962년 진해의 왕벚나무 자생지가 일본에는 없지만 한라산에는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후 진해시는 벚나무를 보식하고 가꾸며 진해를 제일의 벚꽃 관광지로 만들었다.

 

벚꽃이 일본 국화로 비친 것은 '확 피었다 지는' 이미지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때 '국가를 위해 벚꽃처럼 확 피었다 확 사라지라'는 뜻에서 벚꽃을 강조했고, '꽃은 벚꽃, 사람은 무사'라는 에도시대(江戶. 1603∼1912) 상징어도 벚꽃의 이미지와 사무라이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곳곳에서 벚꽃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수입을 올리는 데도 일정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이 막히고 회차에 애를 먹거나 주차공간이 태부족해 상춘객들의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천변이나 도로변에 듬성듬성 비어 있는 벚나무들도 많다. 수천만원씩 쏟아부으며 놀자판 먹자판 잔치마당만 펼칠 게 아니다. 보식도 하고 시민 서비스 향상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매년 겪는 일인 데도 자치단체 책임자 눈에는 이런 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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