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가, 요즘 말로, 떴다! 전주한옥마을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한옥 구들에 누워 기와지붕의 정겨운 처마 선을 구경한다는 것은 거의 꿈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옥마을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포괄적인 전통문화도시정책은 점점 실종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관광에 치어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문화의 뒤받침이 없으면 곧 관광도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는 점. 문화발신지로 거듭나지 못하면 관광객의 발길은 곧 다를 곳을 향하고 말 것이다.
애초 내세웠던 5대 핵심전략사업 중 '한옥마을브랜드화'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통해 '전통도시경관조성'도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아태무형문화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도, 최근 운영인력과 예산의 대폭적인 축소로 염려스러운 바가 없지 않지만, 곧 문을 열게 될 국립무형유산원과 아태무형문화센터를 통해 실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업 두 가지는 실종되었거나 방향을 잃고 있다. 전주가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을 때 다짐한 가장 중요한 명분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한국전통문화 체험교육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험교육관 건립사업이 한옥마을 3대문화관 건립에 우선권을 내주더니 이제는 계획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얼과 혼이 서려 있는 전통문화는 민족 정체성의 표상이자 자긍심의 원천이다. 서구문화에 무분별하게 휘둘리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나, 새롭게 우리 구성원이 된 다문화가정에게도 이런 체험교육은 필수적이다.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해외동포 자녀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사실 수요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와 경인지역의 수학여행단만 유치해도 연중 내내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이 지역 교육청 관계자들이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수시로 답사를 온다. 그러나 200~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한스타일의 허브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한듯하여 안타깝다. 운영비타령으로 '한스타일진흥원' 이름까지 버린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전통문화의 일상화, 산업화, 세계화! 이를 유보한 채 어떻게 전통문화중심도시가 되겠단 말인가?
정녕 관광객 수에 취해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꿈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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