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이 지역 거점대학인 전북대학교의 요즘 행사 진행모습이 이채롭다. 가장 한국적인 대학을 표방하는 것에 걸맞게 각종 행사에 전통문화를 결합시킴으로써 행사의 품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 및 대학 자체의 홍보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치른 제42회 전국교수테니스대회만 해도 그렇다. 1400여명의 교수가 2박 3일 동안 도내 일원에 머무르며 운동도 하고 음식 등 다양한 지역문화를 즐긴 것만 해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경품이나 상품으로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가상한 일이라 하겠다.
더욱 주목할 일은 개회식에 이 지역이 자랑하는 전통문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축하공연은 이 대학 출신들로 구성된 온소리예술단의 대규모 국악관현악단이 주도했다. 한때 국악신동으로 불리던 유태평양군의 퓨전 소리와 판타스틱 타악협주곡으로 흥을 돋우는 한편 명창 이용선씨가 등장하여 국악가요 '쑥대머리' 등으로 많은 교수선수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몇몇 대중가수를 불러 치른 예전의 고비용 '이벤트'와는 격과 질이 다른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이어진 비빔밥 퍼포먼스도 일인분에 2~3만원 하는 도시락 등으로 때웠던 다른 대회의 만찬들에 비해 예산이나 만족도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때마침 국공립대학협의회에 참여한 대학총장들과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 및 이형택 선수 등을 비빔밥비비기에 참여케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한 것에서는 참신한 기획력까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상패로 전주 합죽선을 사용한 것도 이채롭다. 전통문화의 수요창출은 물론 이를 서예와 결합함으로써 스포츠의 격조를 높이기까지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발성 기획이 아니라는 점. 지난 달 초 미생물국제학술대회에서도 전통문화 옷 입히기는 이어졌다. 일회용 커피 대신 고운 한복으로 단장한 차 사범들이 전통차로 참여자들을 맞이했다. 도립국악관현악단의 한국음악공연은 이어지는 갈채 때문에 이후의 행사진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노벨상수상자를 포함한 해외 저명학자들을 비롯한 국내 교수 및 연구자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이를 마련해준 주최 측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바람이 있다면 장식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하는 것. 스포츠든 학술대회든 진정으로 전통문화와 혼융될 수 있어야 명실상부 가장 한국적인 대학에 걸맞은 행사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는가? 성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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