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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가 사라진 경기전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반대해온 정책이 실현되고 있을 때 이 관련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때로 옹졸해 보이기도 한다. 괜한 트집 잡기로 여겨질 수 있다. 경기전 유료화를 반대한 입장에서 경기전 문제를 거듭 지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껄끄러운 일이다. 잘코사니! 잘못을 오히려 반기며 조롱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경기전에 국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물 제 931호만 있고 국보 제 317호는 없다. 적어도 진전(眞殿) 앞의 공식 안내판에서는 그렇다. 경기전에서 가장 비중 있는 표지판에 정작 가장 중요한 내용이 왜곡된 채 그 수많은 관람객들을 맞이한 것이다.

 

2012년 6월 29일, 태조어진의 국보 승격을 함께 반기고 축하해온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허통한 일이다.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고 관람문화를 성숙시키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며 유료 입장을 시행한지 1년이 넘었는데 무슨 일이 급해 이거 하나 챙기지 못했단 말인가?

 

무엇을 위한 유료화인가? 돈만 챙겼나?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있어도 한참 있을 일인데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유료화나 국보승격 1주년을 기념하는 취재를 하면서도 밝혀질 수 있고 이를 기념하는 자체 준비과정에서도 드러날 수 있는 일이다. 하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일은 그 잘못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법. 여러 사람의 교정을 거치고도 교정되지 않는 게 바로 너무 중요하여 누구나 그럴 리 없다며 지나치기 마련인 당연사실 아니던가?

 

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경기전은 전주 자존심의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이 왜곡된 채 전주정신을 운위할 수도 없다. 국보승격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세밀 점검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진전에 전시되어 있는 어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안내도 함께 주문하고 싶다. 현재로는 그것을 진본으로 여길 개연성이 높다. 그 앞에 사진촬영 금지 표지까지 있으니 안내자 없이 관람할 경우 이를 진본으로 여기며 국보를 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할까 의아해하며 돌아서기 십상이다. 어진박물관까지 꼼꼼히 살피면 해결될 일이겠지만 많은 관람객이 진전과 전주사고만 돌아보고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을 계기로 경기전의 격과 국보 태조어진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종합관리운영체제가 확실하게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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