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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밥차의 고민

'전주밥차'가 고민에 빠졌다. 본사를 서울로 옮겨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밥차는 영화나 드라마 CF제작을 위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생활권을 벗어나 작업하는 현장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이동식당차다. 2002년 문을 연 전주밥차는 밥차의 선두주자. 지금은 전국적으로 수십 개 밥차업체가 생겨났지만 12년차 전주밥차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아낌없이 시설에 투자하고 서비스 체계를 갖춘 운영노하우를 쌓은 덕분이다.

 

팔도강산을 누비면서 우리 밥상의 맛을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낸 '식객'의 만화가 허영만도 전주밥차를 눈여겨보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밥차'라며 반가워했다. 전주밥차가 '식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바탕이다.

 

그런데 전주밥차에 드러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밥차의 정체성(?) 문제다. 전주밥차는 음식업 사업자가 아닌 도소매유통업 사업자다. 밥차사업을 시작했던 2002년만해도 '밥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음식업 사업자 등록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변해 밥차는 엄연히 음식업의 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밥차가 사업자 종목을 바꾸기 위해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채수영사장은 '밥차의 정체성으로도 그렇지만 유통업과 음식업은 세금 부과 기준이 달라 몇 배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당함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채사장의 시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여건을 내세우는 구청과 세무서의 원칙론(?) 앞에 무너졌다. 채사장의 고민이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밥차업체들이 어려움 없이 음식업 허가증을 받아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주밥차 본사 이전'의 유혹(?)은 더 강해졌다.

 

전주밥차는 전국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서울 종로에 조성중인 '식객촌' 입점업체로 선정돼 오는 12월 새 공간을 갖는다. '식객촌'은 만화 '식객'의 주인공 업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 음식촌으로 제주도와 동부산에서도 '식객촌' 조성을 준비 중이다. 전주밥차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채사장은 지금껏 전주밥차의 본사는 꼭 전주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고향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세금 부담과 정체성이 모호한 유통업 사업자로라도 전주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 그는 이제 사업자 변경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전주밥차'가 온전히 전주의 자랑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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