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슬로시티의 운명

슬로시티(Slowcity)의 시대다. 빠름이 최고의 가치가 된 디지털 시대에 느림을 추구하는 아날로그적 삶을 지향하는 일은 일종의 반전이다. 물론 슬로시티운동이 속도를 느림으로 대체하고 과거로 회귀하자것만은 아니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국제슬로시티공동체는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지키는 것'을 주목한다.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오늘날에 이르러 '느림'이 가치 있는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지식검색으로 슬로시티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다.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느림을 추구하는 삶의 운동쯤이 되겠다. 운동이 시작된 곳은 이탈리아. 1999년 10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의 파울로 사투르니니 시장과 4개 도시 시장들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 여러 도시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지금은(2013년 6월 현재) 27개국 174개가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는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다. 때문에 슬로시티 인증을 받는 일은 문화관광 도시를 향한 많은 도시들의 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전주한옥마을을 비롯한 10개 도시만이 가입되어 있는데 이 도시들이 누리는 '브랜드'의 가치가 톡톡하다.

 

최근 이들 우리나라의 슬로시티 도시들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의 장흥이 국제연맹의 재심사 과정에서 퇴출되고, 신안이 보류되는 수모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퇴출과 보류 원인은 과도한 관광 상품화다. 슬로시티 본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관광 수익을 올리는데 만 급급했던 도시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실제 이 도시들은 '슬로시티'의 브랜드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이 두개의 도시를 포함해 4개의 도시가 2007년 말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의 관광객 통계를 보면 지정 첫해인 2008년 42만9610명, 2009년 62만5796명, 2010년 118만7030명, 2011년 137만8900명 등 그 증가세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이제 재심사에서 탈락한 장흥군은 슬로시티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중단해야하고, 신안군은 재인증을 받기 위한 노력을 다시 해야 할 처지다. 이 두 도시의 운명이 남 일 같지 않다. 점점 그 고유한 풍경을 잃어가는 전주 한옥마을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김은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조국 “변화가 있으려면 경쟁해야, 혁신당 지지해 달라”

사건·사고순창 공장서 불⋯3명 부상

경제일반[주간 증시전망] 미국 FOMC 정례회의 의사록 공개 예정

전시·공연실패와 무력감의 시간서 태어난 연극 ‘구덩이'

오피니언[사설] 해군 제2정비창 군산조선소가 ‘최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