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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의 갤러리 미루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당신의 감미로운 사랑 떠올리면 너무도 풍요로워져/ 나는 내 자신의 처지를 왕과도 바꾸지 않으련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후견인을 찬양한 사랑의 노래(소네트) 마지막 부분이다. 운명에 버림받았다고 한탄하는 고독한 예술가가 '이 사람의 기술을 탐내고 저 사람의 역량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경멸하다가도 자신을 후원하는 사람의 사랑을 떠올리며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게 되는, 미묘한 극적 반전이 감동의 즐거움으로 이끄는 절창이다.

 

대학 시절 이 시에 감명을 받은 한 여대생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이제까지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끼' 하나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림에 대한 관심과 애정! 스스로 화가가 되어보겠다는 결심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나날이 새로워지는 열정만큼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여 그 열정을 화가들이나 그들 작품들의 유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가게 된다.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공간을 이용하여 작품 전시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일을 벌려오다가 드디어 전주한옥마을에 번듯한(아직 그 열정에 비하면 성에 차지 않지만) 미술관 하나를 열게 된다.

 

이름하여 갤러리 미루!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예술유통 활성화를 위한 아트마켓으로 활용하겠다는 당찬 계획도 갖고 있다.

 

한때 예술인, 공예인들의 마을로 유명했던 전주한옥마을,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정작 이 마을을 활성화하고 유명하게 하는데 기여해온 이들은 턱없이 높아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많은 공방이나 작업실이 하루가 다르게 카페나 음식점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미술관 하나가 들어선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의 '발전소'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 제 아무리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지라 해도 그 명맥을 유지해나갈 수 없다. 미술관이나 쌈지 박물관, 아트스튜디오, 공방 등이 활성화되어야만 관광객을 견인하는 매력을 지속시켜나갈 수 있다.

 

바람이 있다면 이 공간이 이런 문화예술 활성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으면 하는 것, 이를 계기로 음악인들이나 공예인들을 후원하는 연주장이나 전시공간을 갖춘 곳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면 하는 것. 그리하여 이들 후견인들을 향한 찬양의 노래가 높이 울려 퍼지는 전주한옥마을이 세계적인 문화예술 발신지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 뜨내기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저자거리 같은 곳이 아니라!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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