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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하세요?

▲ 복효근 전북작가회의 회장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카페와 블로그가 가상공간에 생겨나고 문학을 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이 활동하는 그 가상공간에 좋은 글이나 시 작품을 옮겨다가 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느 한 사이트에 글이 올라가면 순식간에 그 글이 곳곳에 퍼지는 경우가 참 많다. '복사'하여 '붙이기' 기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좋은 일이다. 저작권이니 전송권이니 따지기 앞서 좋은 글이 여기저기 퍼져서 많은 사람이 좋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을 듯도 하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필자도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들을 올려놓는다. 이미 발표한 작품들 말고도 미발표작을 저장하여 놓는데 더러 필자의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미발표작을 복사하여다가 여기저기 올려놓는 일이 종종 있다. 미발표작은 정식으로 문예지에 발표할 때까지 여러 번 퇴고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애초 블로그에 올려놓을 때와는 사뭇 다른 작품이 될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한번 인터넷에 떠돌게 되면 좀처럼 정본과는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더러 지면에 발표된 정본 작품을 원형 그대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나 블로그에 옮겨 놓는 경우를 본다. 원작을 훼손 없이 그것도 출처를 밝히고 더러는 시집 소개와 아울러 읽은 소감까지 밝혀놓은 것을 보면 찾아가 절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옮겨가는 글에 오자나 탈자가 있거나 행 나눔이나 연 구분이 잘못되었을 때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오류를 품고 있는 글을 누군가 그대로 복사해가면 그대로 여기저기 수많은 가상공간에 그대로 떠돌게 된다. 실수로 원작을 잘못 옮길 수도 있겠으나 아예 새로이 가공을 한 경우를 종종 본다. 행도 마음대로 나누고 연 구분도 임의로 다시 하는 것이다. 시를 쓸 때 행을 나누는 것도 연을 구분하는 것도 매우 신중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이가 임의로 변형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많은 시인 지망생들이 시집을 사서 읽는 대신 인터넷에 떠도는 시를 가지고 습작의 전범으로 삼아 공부하는 것으로 안다. 가만히 앉아 (원작과 다른 모습일 수도 있는) 좋은 시를 만나고 검지로 마우스 왼쪽으로 드래그하여 마우스 오른쪽 까닥하여 내 공간에 옮기면 끝이다. 얼마나 편리한가?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시인 작가 지망생뿐이 아니라 평론을 하는 사람까지도 그런다고 했을 때는 문제의 심각성이 예사롭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연 전에 한 평론가가 친필 서명하여 자신의 평론집을 보내주었는데 깜짝 놀랐다. 맨 첫 페이지에 필자의 졸작이 실린 것이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원작은 분명 행구분이 되어 있는 시인데도 불구하고 인용된 작품은 산문형태로 되어있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잘못 가공된 모습으로 떠도는 작품이 그렇게 그 평론집에 옮겨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 평론가마저 원전을 확인하지도 않고 글을 평하다니!

 

그 이후에도 어느 유명 평론가가 일간지에 아침마다 좋은 시를 소개하고 그것을 다시 앤솔러지로 묶은 적이 있는데 연 구분이 되어있는 필자의 시를 연 구분 없이 소개했다. 그 시는 그 앤솔러지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연 구분이 되어있지 않은 채로 인터넷 여기저기에 떠돌고 있다. 그저 무명시인의 작품을 좋이 읽어줘서 고맙게만 생각해야 할까? 유명 시인의 경우엔 이런 경우가 더하지 싶다. '드래그' 참 편리하지만 생각하면 씁쓸할 때가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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