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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소리

2009년, 300만 명 관객을 울게 하고 웃게 했던 독립영화가 있다. 뒤를 이어 몇 편의 독립영화들이 분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객 300만 명이란 숫자는 독립영화 영역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 이야기다.

 

'워낭'은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혹은 말이나 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를 이른다. 영화는 강화도 봉화에 사는 팔순 노인부부와 그들이 30년 부려온 소의 일상을 그렸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러나 이 소의 나이는 마흔 살이나 된다. 할아버지에게 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자 농사를 지어주는 일꾼이고 오가는 길의 자가용이다. 할아버지는 그런 소를 위해 불편한 다리로 날마다 소먹일 풀을 베기 위해 산을 오르고,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도 치지 않는다.

 

다른 소리는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청력이 약해졌지만 아무리 작게 울려도 소의 워낭소리만은 알아듣는 할아버지와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없는데도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아무리 무거운 나뭇짐이라도 지고 일어서는 소. 그러나 끝내 수명을 다한 소를 보내며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고맙다 고맙다 참말로 고맙다. 좋은 곳으로 가그레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그레이. 이때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데이."

 

내레이션도 없이 노인부부와 소의 일상을 통해 눈물겨운 감동을 전하는 이 영화에 열광한 관객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의 흥행과 100만 관객 돌파 영화 가운데 최소 제작비(2억 원), 최고수익률(4500%) 등의 꿈같은 기록을 헌사했다. 덕분에 그 흔한 스타도 없고, 메이저 제작사나 배급사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워낭소리〉는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선례가 되었다.

 

물론 호사다마라고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실제주인공인 부부를 보도하고 여기에 관객들의 호기심까지 더해지면서 주인공들의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촬영지의 관광상품화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1일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가 별세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아 1년여간 투병생활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애도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온갖 통신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고 있는 시대, 그러나 정작 진정한 소통은 단절되어 가는 시대에 〈워낭소리〉가 준 울림이 그만큼 컸던 모양이다. 영화 〈워낭소리〉를 다시 보고 싶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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