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면 SNS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산행 사진들도 낙엽만큼이나 수북하다. 높은 산 바위에서, 혹은 붉은 단풍을 배경삼아 동료들과 찍은 사진에서 그들은 환하게 웃고 있다. 산행을 하면서 느낀 감동과 행복을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앞 다퉈 SNS에 올리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요즘 산이 울긋불긋한 것은 낙엽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산을 찾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착용하는 등산 아웃도어가 한 몫 한다. 이제 일상복처럼 된 아웃도어는 세련된 디자인에 빨강, 노랑, 파랑 등 색깔도 다양하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솟아나는 땀을 잘 흡수하고, 신축성도 좋다. 게다가 비바람도 어느 정도 막아주니 등산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아웃도어는 비싼 것이 흠이다. 신발부터 모자까지 잘 차려 입고 산행에 나서려면 100만 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많은 나라에서 공급되면서 가격이 내려갈 때도 된 것 같은데 대부분 브랜드가 고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허황된 소비의식도 문제일 수 있다. 히말라야를 등정할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면, 또 겨울 혹한기에 산을 찾을 일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저가 브랜드 제품도 충분한 것 아닌가.
어쨌든 산이 아름답고, 그 아름다운 산을 오를 수 있는 편리한 등산화와 등산복이 일상복처럼 된 세상이니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체력을 다지고, 정신 건강까지 챙기는 산행이니 하산하는 사람들이 피곤함을 쉬이 잊을 수 있는 것이다.
가을 산의 단풍 낙엽은 희생이다.
마치 불에 타들어가는 듯 비틀어지며 마지막 빛을 발산하다 떨어져 뒹그는 낙엽은 한그루 나무가 생존하기 위해 요동치는 몸부림이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대비해 성장 활동을 멈추고 낙엽도 떨어뜨린다. 가을 동안에 세포 내부의 수분을 미리 제거해야 겨울 동안 얼어 죽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봄·여름 동안 영양분을 공급해 온 나뭇잎은 그렇게 또 나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뒤에는 썩어 다음 해 나무가 살아갈 양분을 공급해 준다. 단풍철도 이제 막바지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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