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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김장문화

'김치와 김장문화'가 오는 12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제8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공식 등재될 예정이다.

 

'김치와 김장문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일본이 내세우는 짝퉁 김치 '기무치'를 세계 시장에서 확실히 눌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기무치를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유네스코는 '김치와 김장'이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고 가치 있는 문화라고 판단했다.

 

김치는 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젓갈과 고추 등 양념을 버무려 만드는 전통 반찬이다. 아삭거리는 식감에 시큼하고 매운 맛 등이 어우러져 시일이 지나면서 또 다른 깊은 맛을 내는 김치는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는 '밥도둑'이다.

 

김장문화는 매년 11월∼12월에 온 국민이 일제히 김장을 담그는 우리 고유문화다. 가족들이 모여서 일심동체가 되어 담그는 김치, 동네 이웃들이 품앗이로 배추를 뽑아 다듬고, 씻고, 양념을 버무려 만드는 김치는 정겨운 공동체생활문화다. 김치와 김장은 가족과 이웃, 고향을 더욱 뜨겁게 연결해 주는 끈끈한 고리다.

 

김장은 '어머니의 손맛'에서 나온다. 김치 기업들이 김치 전문가들의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공장에서 생산한 김치를 시장에 내놓지만, 그래도 주름진 어머니 손으로 배추 속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양념을 묻혀가며 버무린 김치가 제 맛을 낸다. 김장 김치 맛은 어머니의 사랑이 발효돼 우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어머니들의 손길은 바쁘다. 배추 폭이 단단하게 차오르고, 날씨가 싸늘해지면 고추를 챙겨 빻고, 마늘을 깐다. 멸치액젓도 챙긴다. 김장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참 많다. 배추와 천일염, 고춧가루, 찹쌀가루, 마늘, 양파, 액젓, 우뭇가사리, 무, 배, 사과, 당근, 생강, 쪽파, 대파, 설탕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렇게 수많은 양념을 잘 씻은 배추에 버무린 다음 옹기에 담아 두면 발효가 되니, 김치 미생물이 추가된다. 사람들마다 생김치, 익은 김치 취향이 있다고 하지만, 김치는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각자 나름대로 풍성한 맛을 내니 세계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날씨가 차가워졌다. 김장철이다. 곳곳에 흩어져 사는 형제자매들이 고향집에 모여 부모님 모시고 1박2일, 또는 2박3일 김장 나들이를 하면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는 시절이 왔다.

 

김재호 논설위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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