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징소리가 나던 구두를
딸아이가 정승스레 신발장에 올려놓는다
육중한 몸을 실어 나르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해준 적 없고
더 많은 길을 걷느라
더 빨리 걷느라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했다
맨홀 뚜껑에 끼어 낑낑대는 나를 버려둔 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뛰어가는 그를
절룩거리며 쫓아가야 했을 때
말없이 나를 지켜준 구두는
언제나 나에게 유배되었다
내일은 굽 먼저 갈아야겠다
*곽정숙 시인은 2001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물 흐르는 바위〉 〈그렇게 소녀가 되어갈 무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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