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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송가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오 벗이여, 이와 같은 음은 아니다!/ 더욱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는가?”

 

연말연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에 자주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렇게 시작되는 환희의 합창 때문일 것이다. 불협화음이나 소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거나 새해를 맞이할 수는 없는 일. 세상살이에서 그것은 불가피한,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굴레일지 모른다. 요순시대에도 분쟁의 소음은 있었다! 그렇지만 한해의 시작과 끝마저 그것에 휘둘리게 할 수는 없다는 염원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서양음악의 역사는 이 곡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바흐로부터 시작되는 고전주의 전통과 19세기 낭만적 정서가 크게 뒤엉킨 베토벤 음악의 결정판.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4악장의 대서사적 풍모. 이 악장은 관현악의 격렬하게 시끄러운 소음과 같은 연주로 시작된다. 이런 것은 어떠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물론 첼로와 베이스가 레치타티보 풍으로 이 불협화음을 거절한다. 그런 것으로는 안 되겠다는 답이다. 이런 식의 문답이 몇 차례 반복된 뒤, 앞 악장들이 부분적으로 회고되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레치타티보의 선율로 차단된다. 그것들로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이후 새로운 사회를 위한 다양한 논쟁들이 소개되는 듯하다. 자유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평등을 더 앞세울 것인가? 자유방임주의는 불평등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강제적 평등 추구는 곧 전체주의 덫에 걸리기 십상이다. 형제애(Brotherhood)는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대의명분일 터, 이 환희의 합창은 바로 이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모든 중생은 형제요 한 몸이라는, 그 큰 사랑의 마음을.

 

“환희여, 낙원의 처녀여. 그대의 기적은 세상의 관습이 엄하게 갈라놓은 것들을 다시 결합시켜주네/ 그대의 날개가 상냥하게 멈추는 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형제가 되리/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껴안아라!”

 

분쟁과 격절의 한 해! 내년이라고 벗어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좀 쉬었다 했으면 좋겠다. 잠시 스스로를 추스르고 뒤돌아보며 싸워도 방향은 잡아가면서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환희의 송가] 한번 들어보자. 번스타인이 춤추는 듯 지휘하는 빈필하모니 연주가 꼭 아니라도 좋다. 카라얀이 이끌던 베르린필의 좀 무거운 해석도 좋고 아바도의 비교적 최근 연주실황도 좋고. 그러나 반드시 대형화면으로! 볼륨도 충분히 높인 채로!

 

이종민(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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