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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자 동네빵집 ① 실태] 대기업에 무너진 토종 제과점, 2003년 250곳→2013년 75곳

남은 곳도 10여곳 빼면 사실상 개점휴업 / 대형 프랜차이즈 급증 골목상권 초토화

지난 1990년 초만 해도 소개팅 및 미팅 등 만남의 통로로 골목상권 경제를 주도했던 ‘동네 빵집’이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길을 걷고 있다.

 

전국적으로 2008년 8153개였던 동네 빵집은 2011년 5184개로 3000여개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3572개에서 5290개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동네 빵집은 4000여개, 프랜차이즈는 6000여개에 달하고 있다. 도내 토종 제과점은 아예 ‘몰락’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편의점 업계에 밀려 설자리 조차 없는 멸종위기가 온 것이다.

 

본보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와 공동으로 몰락 위기에서 다시 서게 되는 동네 빵집 의 희망의 소식을 전하기 위한 ‘다시서자 동네 빵집’ 기획을 연재한다. 이와 함께 본보와 참여자치시민연대는 학교 및 관공서 등에서 급식으로 지급하는 빵을 지역에서 만든 ‘건강한 빵’을 제공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나 뚜레주르가 골목 상권을 잠식, 토종 제과점인 동네 빵집이 멸종 위기를 맞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분석한 동네 빵집 현황에 따르면 전주·완주지역 토종 제과점 수는 지난 2003년 250개에서 2004년 200개, 2005년 180개, 2006년 150개로 급속히 줄었다.

 

대신에 자본력과 마케팅을 앞세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전주·완주지역 제과점은 모두 125개(전주 78개, 완주 7개)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토종 제과점은 75개, 프랜차이즈는 50개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50개 가운데 파리바게뜨와 뚜레주르 등 대형브랜드가 차지하는 개수는 40개로 전주·완주지역 제과점 전체의 32%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들의 확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곳 대형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양적으로 32%를 보이고 있지만 질적 가중치로 보면 실질적으로 60% 이상인 막강한 독과적 점유력을 나타낸다는 게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토종 제과점인 동네 빵집은 소수 10여 곳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점휴업으로 프랜차이즈 개업이나 전직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동네 빵집의 몰락은 다른 업종의 소상공인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으로 곧 전북 경제의 ‘빈곤의 악순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역 경제는 역내 투자, 생산 증가, 고용 증가 등의 선순환 속에서 활성화되지만 프랜차이즈를 통한 자금역외 유출은 곧 지역의 자금유출이라는 지역경제 위기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위기 상황 가운데 중소상인들이 나서 전북 ‘동네 빵집’ 살리기 운동을 전개, 지난해 전주 구도심 상점가 한복판에 동네 빵집을 이용하자는 현수막이 내걸린 적이 있다.

 

토종 빵집 살리기에 동참한 소상공업체는 모두 220곳으로 상점마다 ‘토종 빵집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자’는 홍보물이 내걸렸고 실제 동네 빵집의 매출은 최대 30%까지 급신장하는 돌풍이 분 사례가 있다.

 

골목상권을 이루고 있는 소규모 점포들은 제과점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업종이지만 이들이 내 일처럼 나선 것은 대형자본의 최대 희생자가 동네 제과점으로 ‘사라지는 빵집은 곧 우리들의 미래일 수 있다’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이창엽 사무처장은 “대형 프랜차이즈점에서 판매하는 빵이 최대 6개월 전에 만들어져 냉동된 빵이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게 된다면 과연 이 빵을 선택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점 공급의 유통과정을 거치려면 유연제 등의 첨가제 사용이 불가피한 반면 동네 빵집은 지역에서 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그날 만들어 그날 파는 로컬푸드 방식의 ‘건강한 빵’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동네 빵집은 제빵 자격증을 취득한 기술사가 정성을 들여 만든 빵을 생산하는 반면 프랜차이즈점은 본사에서 공급하는 냉동제빵을 단지 오븐에 구워 판매하는 것”이라며 “대형 브랜드 선호 인식이 동네 빵집을 벼랑 끝으로 세운 주범일 수도 있는 만큼 소비자 먼저 스스로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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