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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러 여행 가나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이른 아침 이상한 전화 하나 받고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낯선 경험을 통한 새로운 충전을 위해? 견문을 넓히기 위해?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그것도 아니면 그냥 쉬기 위해?

 

전주한옥마을이 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부터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대개가 숙소와 음식점에 관한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숙소나 방문 장소도 다르겠지만 음식이야말로 표준화하기 어려운 일. 섣부른 추천으로는 기대감만 높여주기 십상. 문제는 기대가 크면 실망의 깊이도 그만큼 깊어진다는 것. 먹는 것에 목메는 사람이라면 그로 인해 여행 전체를 망칠 수도 있는 일. 그 뒷감당은 또 어찌 한단 말인가?

 

전문가라고 잔뜩 추켜세워 놓고 겨우 숙소나 음식점을 묻는 것도 그렇다. 오늘아침만 해도 그랬다. 평소 잘 소통도 하지 않는 고교 동창생이 자기 식구도 아니고 말 그대로 사돈의 팔촌 전주 나들이에 한정식집 하나 소개하고 싶다고 물어물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전주 음식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현실, 이런 마당에 음식점 추천이라니. 옛날 욕쟁이 할머니집에서는 음식 타박하면 그야말로 욕을 한 대접 푸짐하게 먹어야 한다. 음식점은 다 나름의 고유한 조리법과 맛을 갖고 있다. 그것을 좋아하면 찾아가고 짜거나 싱겁다 여기면 가지 않으면 된다. 어떤 이는 푸짐한 상을 좋아하고 어떤 이는 정갈한 음식을 선호한다.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매운 것 먹으면 화가 나는 사람도 있다.

 

전주 음식 값 비싸다는 것도 그렇다. 왜 전주에만 오면 아직도 싸고 푸짐한 19세기 인심을 기대하는 걸까? 가파른 상업화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곳보다 비싼 것은 아니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느라 상당한 희생 감내했으니 그 보상 차원에서라도 돈 조금 쓸 수 있을 텐데….

 

더 근원적인 것은 여행의 목적에 보다 충실하라는 것! 적어도 전주한옥마을을 찾으려면 이곳이 어떤 역사를 지켜왔으며 어떻게 전통문화를 가꿔왔는가, 공부 좀 하고 가시라! 팥빙수나 초코파이 기다리느라 시간 너무 허비하시지 말고! 예습까지 바라지는 않을 터, 질문도 알려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좀 해주시라!

 

간밤 비바람에 매화가 떨어져서 그런가, 괜한 짜증이 스멀거린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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