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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는 사회

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주인공인 ‘일당 5억원 짜리 황제노역’ 사건의 진짜 주인공은 검찰과 법원이다.

 

검찰은 허재호 사건 재판을 진행하면서 재판장에게 느닷없는 선고유예 청구를 하고, 법원은 1심에서 선고한 508억 원의 벌금을 254억 원으로 경감해 주었다. 그 뒤 허재호가 뉴질랜드로 도주, 카지노와 요트 등 호화생활을 하도록 방치했다. 문제가 되자 일당 5억 원짜리 황제노역을 승인했다.

 

물론 이번 사건은 당초 선수들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다. 그들만의 은밀한 거래로 완성한 ‘완전범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카지노를 하고, 요트를 즐기며 화려한 노후를 지내면 될 것이었는데, ‘웬놈’이 그의 호화생활을 까발렸다. 세상이 시끌벅적하자 주인공들은 어쩔 수 없이 254억 원의 벌금을 일당으로 처리했다. 일당은 5억 원으로 책정했다. 울며 겨자먹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일당 5억짜리 황제노역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더욱 거셌다. 이에 황제노역의 주인공 한 명인 법원장은 사퇴했고, 또 하나의 주인공은 황제노역을 중단시킨 뒤 법원 강제징수에 나섰다. 일명 전두환 추징금 환수식 강제 환수절차에 착수했다.

 

허재호 사건은 국가인 검찰과 법원 관계자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그들이 허재호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이런 부류의 일은 많았다. 또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명 ‘스폰서 검사’ 사건은 허재호 사건과 일맥상통하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관련 검사 대부분이 무죄 처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세상 사람들은 동의하기 힘들다며 고개를 갸웃거린 사건이었다.

 

전북은 어떨까. 도내에서도 토호들이 검찰과 법원을 ‘스폰서’하며 허재호 흉내를 내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 그런 소문들은 많다. 가끔 이번처럼 세상을 분노케하는 황제노역 같은 사건이 터지면 그런 의심이 커진다. 지나친 의심일까. 그 의심은 누가 만들었을까.

 

어느 지역이나 날고 뛴다는 토호들은 온갖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앞세워 권력에 줄을 대고,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과시한다. 신의를 상징하는 곤색 양복에 넥타이 매고 거악을 척결하겠다는 사람들이 토호들의 로비에 밀려서야 정의로운 세상이 되겠는가. 옷 벗고 변호사 개업하면 그만인가.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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