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가 우리말과 구조가 다른 문자체계여서 많은 백성들이 배워 사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던 세종은 1443년, 우리말 표기에 적합한 문자체계를 완성하고 그 이름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의 ‘훈민정음’이라고 붙였다. 이 책은 그로부터 3년 뒤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자모 글자의 내용,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설을 묶어 만든 것이다. 책 이름 또한 글자 이름과 똑같이 <훈민정음> 이라 하였는데 해례가 붙어 있다하여 ‘훈민정음 해례본’ 혹은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한다. 훈민정음>
세계언어학회가 ‘한글’을 문자 역사상 가장 과학적이고 진화된 문자로 평가하고 있는 바탕에는 한글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상세히 풀어놓은, 세계에서는 하나 밖에 없는 문자해설서인 이 책이 있다. 유려한 글씨로 정교하게 새긴 목판으로 인쇄된데다 종이와 사용된 먹도 우수해 15세기 출판문화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이 <훈민정음 해례본> 을 오늘에 전해준 사람이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온 재산을 쏟아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이 아니었다면 우리말과 글을 말살하려 나섰던 일제의 치하에서 이 책은 어떤 운명에 처했을지 알 수 없다. 간송은 자신이 수집한 많은 문화재 중에서도 <훈민정음> 을 가장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최근에 펴낸 <간송문화> 에 이 책을 소장하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간송문화> 훈민정음> 훈민정음>
간송은 우연히 책거간을 하는 사람이 경상도 안동에서 <훈민정음> 원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해오기 위해 돈을 마련하러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송이 그를 불러 그 돈의 액수를 물으니 당시 큰 기와집 한 채 값인 1천원이라 했다. 간송은 아무소리 않고 그에게 돈 1만1000원을 내주며 ‘1000원은 수고비요’ 했다고 한다. 훈민정음>
지난달 말 개관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이 열리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봄과 가을에만 공개했던 간송미술관 소장 문화재의 첫 나들이다. 이 전시회에서 간송 선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귀한 선물,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의 족적이 참으로 눈부시다. 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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