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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은 잔인한 달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이럴 수는 없다! 사월이 아무리 잔인한 달이라 해도 이렇게 참담한 일이 이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 봄이 오면 보란 듯이 죽음을 딛고 다시 태어나는 자연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거듭남이 불가능한 인간사! 그래서 20세기를 연 서구의 한 시인이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했다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 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칠흑의 바다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어린 생명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찾지 못한 채 새 생명 키워보겠다고 고추 상치 심는 스스로가 가소롭다. 착잡하다. 그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부모 형제들, 그들의 검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달래줄 길 없어 화사한 복사꽃, 배꽃 바라보는 마음이 오히려 스산하기만 하다. 여지없이 잔인한 계절이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했건만 껍데기들만 남아 먼지 풀풀 날리는 흰소리들 해대는 모습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 낯내기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선정적 보도로 주목 받으려는 언론의 속성,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구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주책을 현장에 와서 떠는 모골은 이 계절을 더 슬프게 한다.

 

비통함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기 관할 지역이 아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목소릴 높이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그렇다면 수행원 잔뜩 거느리고 나타나 번거롭게 할 일이 아니었다. 그 초조한 검은 가슴에 대고 “장관님 오셨습니다!” 귓속말 속삭이는 것은 또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그 지옥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예를 갖추라! 자식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주문인가? 국정책임자가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엉뚱한 질문(책)을 해대는 모습 또한 슬프기는 마찬가지.

 

우리 수준이 이 정도인가? 이 나라 국격(國格)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 1970년 남영호, 1993년 서해페리호, 그리고 성격은 좀 다르지만 천안함, 사고도 사고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대처하는 국가시스템의 부실문제. 국민의 안전을 기한다고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 이를 다시 안정행정부로 고치고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고질병으로 남아 있으며 그 대처 방안은 주먹구구에 우왕좌왕, 꼴이 아니다. 정녕 이래서는 안 되는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한다. 그러나 말이 무슨 소용?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다! ·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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