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평소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나 지지도에 입과 귀를 모으고 있다. ‘세월호’로 인한 기나긴 절망과 분노의 침묵터널을 벗어나 서서히 입지자들에 대한 지지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문과 방송도 마찬가지. 선거 관련 기사가 거의 모든 면을 장식하고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회 중계로 정규방송프로그램들도 자주 문을 내려야 할 형편이다. 국가재난으로 선거열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가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분위기는 늦었지만 제대로 잡혀가고 있다.
하지만 염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막말 토론과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이다. 정책 토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자들의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방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할 언론은 드러내놓고 편향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 몇몇 칼럼 필자들은 후보자들의 실명을 들어가면서까지 비난과 지지를 서슴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문사 논설위원이나 시민단체의 임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도 유권자인 이상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공인이다. 그들의 글은 개인의견으로도 읽히지만 신문사나 시민단체의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객관성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사사로운 감정개입은 당연 피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개인의 선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세세한 ‘깨알칭찬’은 그래도 봐줄만하다. 반대하는 후보나 세력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악담은 분명 언론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마저 저버린 행태다. 글은 인격이라 했는데 같은 지면에 칼럼이 실려 있다는 게 민망할 정도다.
선거는 승자 독식의 처절한 싸움이다. 그래서 토론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예의와 금도(襟度)가 필요하다. 이를 여론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앞서서 깨고 있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자칫 막말 토론이나 편향보도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넘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막말은 막말로 이어지며 언론의 사유화(私有化)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로 계승된다. 건전한 선거문화가 정착되어야 그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야 정치와 민주주의의 공멸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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