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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당번 못하는 60대

전주와 전북사회가 성격상 묘한 대목이 있다. 60살이 넘어도 물 당번을 못할 정도로 어른들로 층층시하를 이룬다. 왜 그럴까. 고령화사회가 형성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지만 그보다는 전통을 숭상하는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 삼강오륜 중에서 유독 장유유서가 깔려져 있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사회다. 경험을 존중하자는 말 같지만 비효율적이며 역동성이 떨어진다. 지역사회가 건강하려면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전주사회는 그렇지 않아 유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근본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도내도 예외가 아니다. 전북은 민선6기 출범을 전후해서 분명하게 시대를 구분 지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패배감에 젖어 자존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잘한 것은 계승 발전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잘라내야 한다. 더 이상 지난날에 연연해선 안 된다. 미래지향적인 사회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유임시켰거나 새로 뽑았으면 그에 걸맞은 인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관에 있는 산하기관장만 방 빼라는 얘기가 아니다.

 

나이는 숫자 개념에 불과하므로 혁신할 의지가 없으면 젊어도 노인이나 다름없다. 나이가 들었어도 혁신하겠다는 에너지로 충만하면 그건 바로 청춘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혁신을 요구한다. 이 혁신이란 내면을 충족시키려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임무교대가 이뤄져야 한다.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은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젊은층이 리더그룹으로 바꿔져야 한다. 어른들이 전면에 나서서 커나가야 할 젊은 세대들의 기회까지 빼앗으면 곤란하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오늘날 이 같은 사회를 이루기까지는 어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전주와 전북사회가 역동성을 잃고 침잠해 있기 때문에 뭔가 사회를 이끄는 리더 그룹을 새롭게 재편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지사와 전주시장이 젊어진 것은 다행스럽다. 지역을 새롭게 혁신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이 잘 살려면 내발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행정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민과 시민들이 뒷받침 안 해주면 성공할 수 없다. 이제 나이 드신 어른들은 건강을 위해 맘 비우고 자신을 내려놓는 게 순리다. 큰 어른으로서 지혜와 경험을 젊은 세대에 물려주면 그만이다. 그래야 어른들이 존경 받을 수 있다. 60살이 넘어도 물 당번을 못한다면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각 분야에서 끼리끼리 편 나눠 해먹는 전북병을 고쳐야 전북이 산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백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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