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예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차며 탄식으로 한숨짓던 말이 저절로 입 주위를 맴돈다. 청소년을 위한 국립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부터다. 전주 원도심 내에 연면적 5000㎡에 250명의 숙박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총 사업비 140억 원(부지 매입비 별도) 등 꽤 구체적인 내용이어서 더 기대가 된다. 조바심도 그만큼 더 크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절대 안 되기에.
애초 전통문화체험교육의 중심이 되겠다는 것은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를 선언하면서 표방한 5대 핵심전략사업 중 하나였다. 정부가 전주전통문화도시에 선뜻 손을 들어준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준비가 잘 된 전주가 대신 해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문화관광부와 전주시가 공동으로 발주한 국토연구원 용역보고서에 분명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전통문화에 낯설어 스스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한 해외동포 자녀, 그리고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이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케 하는 것이다.
가장 명분이 뚜렷한 사업인데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3대문화관(소리, 부채, 완판본) 때문이다. 한옥마을 내에 인프라가 아직 열악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한옥마을은 급격하게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전통문화도시의 명분은 꽤 엷어지고 말았다. 요즘 회자되는 위기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이다. 이 사업이 더욱 반가운 것이. 위기를 극복할 튼튼한 동력이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든든한 구원투수를 아껴 둔 것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명분은 확실했지만 그 전망은 불투명했다. 과연 수요가 있을까? 지금은? 수요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수학여행이 대규모 명승지 관람에서 소규모 체험 중심으로 바뀌었다. 전주처럼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 없다. 전국의 수학여행단만 유치해도 쉴 틈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주문은 덧붙이고 싶다. 수요에 현혹되지 말자는. 청소년들에게 한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고 자부심을 고취한다는 명분에 더 충실하라는. 그래야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더불어 그 수요도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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