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상징지구 건립 등 지지부진 / 관료주의적 운영·유관기관 협조 안돼 / '태권도 성지' 관광매력 크게 떨어뜨려 / 다양한 프로그램·각국 홍보대사 필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올초 교육부와 함께 한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한글과 아리랑, 태권도를 3대 문화 브랜드로 삼아 한류 확산의 첨병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4월의 태권도원 개원과 5월 아리랑 대축제, 10월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에 맞춰 정부차원의 특별 홍보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예정된 행사일정에 맞춘 것이긴 하지만, 정부가 태권도를 3대 대표 문화 브랜드로 삼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아그레망 없는 외교대사로 해외 태권도 사범들이 그동안 외국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기여해 온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세월호 비극의 여파로 애초의 행사일정은 상당히 틀어졌다. 무주 태권도원도 애초 예정보다 4개월 여 늦어진 지난 9월 4일 태권도의 날에 맞춰 개원했다. 이날 개원식에는 국무총리와 여야 국회의원,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회장, 그리고 국내외 태권도 사범 등이 함께 했다.
외양적으로는 화려한 행사였지만, 사실은 ‘관중없는 무대’나 마찬가지였다. 태권도원 개원 행사가 국내외적으로 만족할 만큼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권도원 개원이 애초 4월 24일에서 9월로 미뤄지면서 태권도원을 홍보할 시간이 그만큼 늘었지만, 행사에 초청된 인사들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언론의 관심도 그다지 끌지 못했고,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미흡했다.
태권도원은 우리나라의 대표 브랜드의 하나이자 전세계 8000만명이 즐기는 태권도인들을 위한 성지로 만들어졌다. 전세계의 태권도인들이 국적과 인종, 나이를 초월해서 모두가 찾을 수 있는 정신적인 고향이다. 종교인들의 마음이 예루살렘을 향하듯 전세계 태권도인들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다.
이날 개원식을 앞두고 태권도진흥재단과 무주군, 전북도가 태권도원을 알리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해외사범 초청과 각종 대회유치, 그리고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홍보 등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비해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몇 년 전 분석에서 2016년 이후 태권도원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간 195만 명에 달하고 생산유발효과는 4809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874명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2년 뒤부터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각종 대규모 대회를 유치해서 관광객 숫자를 채운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인 경제적 효과를 따지면 무의미한 수치놀음에 그치기 쉽다.
물론 이 같은 사정이 단순히 홍보부족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애초 계획했던 3500여억 원 규모의 민자유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데다 상징지구(명인전, 태권전) 건립도 미뤄져 관광매력성이 크게 떨어졌다. 각종 운영 프로그램이나 관광 기념품 등의 개발도 신통치 않고, 운영방식도 관료주의의 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등 유관기관의 협조도 그다지 원활하지 않다.
태권도원이 해외 관광객들로부터 각광 받으려면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을 충실하게 채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 태권도 관련 인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대학태권도연맹 회장을 지낸 박용진 전 교수(아이오와주립대 체육과)는 “몇 년 전에 태권도원에 가봤는데 진입로가 너무 좁고 구불구불 하더라. 겨울에 눈이 오고 길이 얼면 매우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확장과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태권도인 출신의 강영수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은 “경기화된 태권도도 중요하지만 태권도의 세계화는 무도의 신비에서 나왔다. 해외에서 태권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들의 숭고한 노력을 인정해주고 예우해주면서 함께 가야 한다. 경기화만으로 태권도의 인기가 오래 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 이상철 사범(전 미국태권도협회 회장)은 “태권도원은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려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태권도를 무도로 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그런데도 진흥재단은 미국태권도협회의 내셔널 매치 행사에 찾아가서 디너 리셉션을 베풀어주면서 태권도원으로 오라고 홍보한다”며 “엉뚱한 다리를 긁지 말고 제대로 알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철 사범은 또 한국에서 하는 반 공짜 형태의 각종 태권도행사가 태권도를 망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사범들이 돈을 걷어서 아이들을 한국에 데리고 가서는 공짜로 먹여주는 행사로 며칠간의 일정을 때운다. 한국에서는 사람 숫자 채워주니 좋다고 하지만, 결국 욕먹는 것은 전북과 태권도원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지만, 장기적으로는 태권도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결국은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권도인들의 정신적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를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나감으로써 한번 온 사람이 다시 찾는 태권도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주 박연희 사범은 “한번 참가한 사람들이 소문을 내고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도 2~3년마다 바꿔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나라마다 홍보대사를 선정해서 인센티브를 줘라. 미국같이 큰 나라는 주별로 홍보대사를 선정하면 된다. 잘 하는 사람에게 더 대접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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