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것은 비단 미술품 기증만이 아니다. 기증자 김인한 회장이 갖고 있는 미술품에 대한 철학에도 눈길이 간다. 197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해왔다는 그는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미술은 우리의 자존심을 부추겨 세우는 것이다. 훌륭한 작품은 예술가에 의해 탄생하지만 그것을 사회적으로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몫이다. 컬렉터는 그 소통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술품을 소장하면서도 그 가치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김회장은 아예 처음부터 기증을 염두에 두고 미술품을 수집해왔다고 한다. 드문 일이다.
이번 기증을 계기로 대구미술관에서는 기증릴레이가 시작된 듯 한 분위기다. 이 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에 초대된 독일작가 오트마 회얼도 자신의 토기 조각 12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에 개관, 4년 만에 기증 작품 800여점을 소장하게 된 대구미술관은 애초 대규모 기증을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었던 기증 관련 규정까지 보완하는 작업에 나섰다.
돌아보면 우리 지역 미술관에도 기증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2005년 개관한 전북도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증 미술품은 673점. 하정웅 이사장이 기증한 재일작가 손아유의 작품 249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작가나 유족이 기증한 작품들이다. 소장 가치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적지는 않지만 미술관 위상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가뜩이나 소장품도 적고 작품 구입 예산도 턱없이 적은 전북도립미술관으로서는 대구미술관의 기증릴레이가 그저 부러운 일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시아미술의 거점을 내세운 도립미술관의 길이 더 멀게만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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