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 방랑시인 우무릉(于武陵)은 ‘권주(勸酒)’라는 시를 이렇게 읊었다. 권군금굴치(勸君金屈 ) 그대에게 금굴치 술잔으로 권하노니/만작불수사(滿酌不須辭) 가득 부은 술 모름지기 사양치 말게나/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 꽃이 필 때는 바람과 비가 많은 법/인생족별리(人生足別離) 사람들 살아가는 데에는 이별도 많다네/ 이 시인은 꽃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담아냈다. 화사하게 피어오른 꽃은 비바람을 겪은 결과다. 세상사 어떤 일이든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것.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수반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지 않던가.
삶이 이별의 아픔 속에서 성장하듯 인생에서 좌절과 시련은 늘 따라 다니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삶이 나아져 풍족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갈등으로 멀어지거나 때로는 헤어지게 된다. 성공한 사람은 항상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변을 잘 관리해야 한다. 좋다고 잘 나간다고 자랑만 할일이 아니라 부자 몸조심 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한테는 끌어 내리려고 음흉한 계략을 꾸미는 사람이 있다. 잘난 꼴 못 보는 게 인간의 속성 아닌가.
험난한 세파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 겸손만이 살길이다. 주역 64괘 가운데 오직 겸괘 하나만이 육효가 모두 길하게 되어 있다. 겸손한자는 적이 없다. 경계와 시기의 대상도 아니다. 자만하다가 무너진 경우가 있다. 돈 좀 벌어 잘난 체 한다고 여기면 끌어 내리기 바쁘다. 그래서 이꼴저꼴 안 보려고 아예 서울로 떠나 속 편하게 산 사람들이 있다. 전주 인구가 65만 명밖에 안 돼 익명성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부정심리가 판친다. 인구 100만이 넘은 도시들은 한번쯤 다 이 같은 현상을 겪었다. 누구나 잘 나갈 때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춰야 한다. 심술궂은 비처럼 화사하게 핀 꽃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무이사 주필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