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말했다. 영명한 군주가 두려워 해야 할 일, 세 가지가 있다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자신의 과실을 듣지 못하는 일, 득의 만만해서 교만해지는 일, 천하의 훌륭한 말을 듣고도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일이다.
공자보다 훨씬 앞선 시대 주나라 성왕이 조카 백금을 노(魯)의 제후로 봉하면서 타이른 말도 이와 비슷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반드시 아랫사람을 공경으로 대하고 바르게 간하는 말을 온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간언하는 자에게 자신의 위엄을 앞세워 가로막거나 그 말을 조목조목 반박해서는 안된다”
박경철 익산시장이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12전 13기, 천신만고 끝에 그 꿈을 이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거법 덫’에 걸려 중도하차 했다.
박 시장 개인으로나 31만 익산시민으로서나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나 박 시장의 경우 그 어떤 정치인보다 어렵고 힘들게 꿈을 이뤘다는 사실을 익산시민 대부분이 잘 알고 있기에 그의 낙마는 더더욱 많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박 시장에게 꼭 한마디 간하고 싶은 마지막 ‘직간(임금이나 웃어른에게 잘못된 일에 대하여 직접 간함)’이 있다.
시장에 취임하여 지난 1년 4개월간에 걸친 자신의 그간 행적을 한번 되짚어 보고, 지금의 정치적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슬기롭게 이겨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박시장의 결정적 중도하차 이유가 비록 공직선거법 위반이지만 민심이 한몫 거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안하고 당돌한 얘기겠지만 지난 1년 4개월에 걸친 그의 소통 성적표는 한 마디로 말해 실망스럽다.
본인이야 ‘무슨 헛소리냐’고 극구 손사래를 치겠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소통부재·고집불통 권력’의 역주행으로 초래되는 정치·행정적 손실을 사실상 크게 우려하고 걱정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저런 사람을 왜 뽑았을까’라며 잘못된 선택에 대한 많은 후회와 함께 듣기 민망한 거친 쓴소리도 거침없이 쏟아낼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는데 정작 박시장 본인만 몰랐던것 같다. 왜 사람의 귀(耳)가 두 개이고 입(口)이 하나 이겠는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강조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상대의 말을 먼저 듣고 내 이야기를 한다면 어찌 불통이라는 소릴 들을까. 크든 작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있어 소통이야말로 필수 덕목인데 박 시장은 귀를 기울여 시민들의 소리를 듣고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것에 다소 소홀했다.
또한, 지도자 자신이 갖춰야 할 역량과 경륜 못지않게 숨어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앉히는 용인술(用人術)에 있어서도 거의 실패작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조직을 관리하고 경영하는데 으뜸으로 사람 쓰는 일을 꼽고 있으나 박 시장은 이 만고 불변의 진리인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등한시했다. 그가 취임해 그동안 승진을 시키고 주요 보직에 자리를 앉힌 상당수 공무원들을 보면 권력층에 빌붙어 아부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지닌 인사들이 대부분으로 전형적인 ‘망사인사’로 지적된다.
영혼 없는 공무원들만 득세하는 밀봉인사, 측근인사 등의 실망스러운 단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시청 담장 안팎을 넘나들었다는 것은 인재를 널리 쓰고 고르게 등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이제 와서 그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현 상황을 비통해 하고 좌절감에 빠져서는 안되며, 산적한 현안을 시급히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박 시장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영명한 군주가 두려워 해야 할 일, 즉 세 가지 행동거지와 관련해 그간 어떤 행보에 나섰는가를 꼭 한번 되돌아보고 앞으로는 실패 없는 정치적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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