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광장 크기가 동서 110m, 남북 70m 규모를 고려하면 그랑플라스라는 명칭 자체부터가 어울리지 않다. 물론, 96m의 첨탑이 높이 솟은 시청사를 중심으로 왕의 집, 길드 하우스 등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유럽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17세기 후반 프랑스의 침입으로 과거 건물이 대부분 파괴돼 다른 유럽지역과 비교할 때 오래된 건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를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했다. 초라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기거하며 공산당 선언문을 기초했던 집이라거나, 이 두 사람이 토론을 했다는 음식점,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 등이 그랑플라스의 자랑거리다. 그랑플라스의 약 60㎝의 작은 청동상인 ‘오줌누는 소년’은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들을 입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세계적 관광상품이 됐다. 1960년대 우리의 한복도 이 동상에 입혀져 화제가 됐다.
군산지역 한 사회단체가 내초도 공원의 명칭을 최치원 탄생공원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세미나를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만금에 ‘최치원’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입혀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신라 대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과 군산에 얽힌 이야기는 설화로만 전해지고 있어 구체적으로 실증하기는 힘들다. 고운의 아버지가 옥구에서 살 때 고운이 태어난 것이며, 정읍 태인 태수를 역임했다는 설화들을 토대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고운이 중국 당나라에서 벼슬하며 황소(黃巢)를 치기 위해 지었다는 토황소격문은 중국 요우커들에게 관심을 끌 법하다.
장자도 무녀도 신시도에 고운 관련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고 고운에 관한 설화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을 경우, 최연성 군산대 교수의 주장처럼 무미건조한 자연공원이 새로운 역사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벨기에의 그랑플라스가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적 관광명소의 하나가 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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