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재생시킨 런던이나 제분공장을 현대미술관으로 재생시킨 게이츠헤드도 대표적인 사례다. 화력발전소가 전신인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현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술관으로 우뚝 섰다. 화력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변신한 것도 흥미롭지만 이 미술관 덕분에 템즈강 남쪽의 슬럼가가 살아나고 도시가 활력을 되찾은 성과는 놀랍다. 타인강을 사이에 두고 뉴캐슬과 마주보고 있는 게이츠헤드 역시 인구 20만이 채 안되는 가난한 중소도시에서 이제는 영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됐다. 지난 2002년 7월 제분공장이었던 발틱현대미술관을 새롭게 얻으면서 이어낸 성과다. 80년대 후반, 낙후화와 슬럼화가 시작된 게이츠헤드는 1990년부터 도심재생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 발틱현대미술관과 더불어 세계 최고수준을 갖춘 세이지음악당, 밀레니엄 다리와 함께 재생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장애인 전용극장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독일 베를린의 복합문화공간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도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회사인 슐트하이스의 양조장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이 극장과 함께 다목적 공연장과 영화상영관, 전시장, 장애인전용극장, 악기샵, 카페 등 일상에서 문화를 실현하는 대안문화공간들을 들여놓았다. 덕분에 공동화되었던 이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관광객들까지 가세하면서 젊은이들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됐다.
한 시대 지역 경제를 짐 졌던 산업유산들이 낡은 공간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유산이 도시재생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다.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산업유산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도시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들은 산업유산을 활용하기 위해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 공간을 주민들이나 예술인들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재생의 방식을 연구해 답을 얻어 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 십년의 시간이다. 우리 지역에도 산업유산을 활용하는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거개가 정부의 공모사업에 의지해있다. 정해진 예산과 주어진 시간 안에서 답을 찾는 일. 그 결과가 아무래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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