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소외계층 돕기 위해 시작 / 매년 오디션 통해 단원 선발 연습 / 올핸 160여명 참여 매머드급 공연
라면 한 그릇의 사랑. 작은 것 같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 제도권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라면 입장료 받는 음악회
지난 2일 익산예술의 전당에서 의미 있는 음악회가 열렸다.
‘라면드림오케스트라’ 입장료는 라면 5봉지를 받는 이색 음악회다. 연주자들은 공연비를 받지 않는다. 2006년부터 올해 11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재능 기부 음악회다. 올해 20회를 맞는 ‘라면음악회’는 20회답게 매머드급으로 진행됐다. 오케스트라 단원 103명, 협연 연주자 4명, 합창단 50여명 등 16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재능 기부에 참여했다.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 ‘The Syncopated Clock’ ‘Sleigh Ride’ ‘Blue Tango’ ‘Pink, Plank, Plunk!’ ‘Serenata’ 등의 수준 높은 곡을 연주했다. 협연으로는 바리톤 김대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백작의 아리아’ ,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피아니스트 황은아, 조영웅의 협연 ‘Libertango’ , 소프라노 소혜정 바리톤 김대수의 ‘The Lord’s Prayer’를 전주남성합창단과 갈릴리교회 찬양단과 함께 연주해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외에도 엎드림 앙상블, 우쿠렐레 연주 ‘맘마미아’ 등이 참여했다.
익산예술의 전당이 개관한 이래 가장 많은 연주자(오케스트라 단원 103명, 합창 50여명, 협연 연주자 4명)가 무대에 서다보니 전당측도 초비상이었다고 한다.
△ 11년째 이어지는 재능기부
라면음악회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기획자인 송흥준씨(갈릴리교회 목사)는 우연히 만난 조손가정의 사연을 듣고 마음을 움직였다. “어느 겨울날 손자와 살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았는데, 그분의 소원이 뜨거운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이라고 하셔서 충격을 받았어요. 몇 백원 하는 라면 한 봉이 소원이시라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라면드림오케스트라’의 모든 연주자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 순수 재능 기부 프로젝트 사업이다.
해마다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모집하는데, 올해는 1월에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였고, 2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연습 시간을 지키며 라면음악회를 준비하였다.
11년째 지휘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무지카 카메라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일규 지휘자가 2006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다. 나이도 성별도 실력도 각기 다른 단원들이 모이다보니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사람, 인생 역전이 된 사람 등 사연도 각각이다.
△ 다양한 사연 안고 참여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솔(29)씨 지난해 골수암 투병중이었다. 그는 3차 항암 치료와 음악회 일정이 겹치자 항암치료를 미루면서까지 라면 음악회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다행히 올해 그는 치료를 마치고 회복중이다. 그리고 행복도 찾아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다. 올해 라면음악회 날 그는 양가 상견례를 했다고 한다.
라면 음악회에 참여하기 위해 보스턴에서 비행기 타고 온 먼 길을 날아온 조영웅(29)씨는 현재 보스턴대학에서 피아노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러시아 유학 후 미국 유학 중에 라면음악회 소식을 듣고 작년부터 라면음악회에 합류하고 있다. 그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내년에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내년부터 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할까봐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11년 동안 라면음악회와 성장한 친구들도 있다. 동갑내기인 박민선(27)씨와 권설(27)씨는 학창시절 우연히 참여하게 된 라면음악회를 통해 음악을 전공하는 등 인생의 진로가 달라졌다. 동갑내기 친구는 11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는 개근 단원이기도 하다.
남찬우, 남찬영 형제처럼 가족이 함께 라면음악회에 참여하는 가족들이 꽤 많다.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이 함께 하는 가족 음악회로 번지고 있다. 이외에도 발달장애를 가진 고등학생, 9살 초등학생, 68살의 할머니, 예비단원으로 참여한 초등학교 1학년들 등 103명의 ‘라면드림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기 다른 실력과 사연을 가지고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 소외계층에 라면 나눔
이날 음악회에서 모인 라면은 700여만원 어치로 익산시자원봉사센터에 기증되었고, 11년간 1억3000여만원의 라면이 익산지역 조손가정에게 전달되었다.
‘라면음악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참여 이유도 다르고, 사연도 각기 다르다. 나이도 다르고 실력도 다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하나다.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함께 하고픈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라면 음악회를 통해 행복바이러스가 되어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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