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기타·드럼·베이스·건반 / 2014년 창단, 한옥마을서 활동 / 전통 캐릭터 새롭게 해석 / 편안하게 즐기는 음악활동 지향
밴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다. 음악적 용어는 ‘각종 악기로 음악을 합주하는 단체. 주로 경음악을 연주한다’라고 나온다.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희정밴드’는 조금 색다르다. 일반적인 밴드 악기 구성에 판소리 소리꾼이 보컬로 참여하고 있다. 소리꾼의 이름을 내걸고 밴드를 만든 경우는 전주에서나 가능한 특색있는 구성이 아닐까.
밴드와 소리꾼의 만남
이희정밴드의 이희정(28)은 판소리꾼이다. 전주 출신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해서 익산에서 중학교에 다니면서 임화영 명창에게 소리를 배웠다.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해서 현재는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판소리를 공부하고 있다. 대학졸업 후 사회적기업 ‘문화포럼 나니레’에 입사하면서부터 한옥마을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판소리 공연을 주로 했던 이희정은 타악연희원 ‘아퀴’의 공연에 객원으로 초청받아 참여한 자리에서 작곡가 김휘상씨를 만나 의기투합해 밴드를 만들었다. 이희정밴드의 탄생이다.
밴드에는 작곡과 프로듀서, 기타를 맡은 김휘상, 드럼과 음향을 맡은 윤태일, 베이스를 맡은 이영화, 건반을 맡은 최고은과 소리를 맡은 이희정 이렇게 5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밴드처럼 국악기는 하나 없이 밴드로만 구성되어 있고, 보컬인 이희정만이 판소리 소리꾼이다.
공연하는데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소리꾼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답한다. 대신에 반주를 해주는 밴드가 불편할 것이라고 말한다. 작곡가이자 밴드의 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김휘상씨는 구성원들과 수시로 음악에 대해서 논의하며,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고 한다.
밴드는 2014년 11월 창단했다. 당시에는 밴드에 소리꾼이나 국악성악 전공자가 참여하는 비슷한 구성의 다른 단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명맥을 유지한 단체는 드물다.
밴드는 작사 작곡 연출 등 음악적 활동에도 힘을 기울이지만 홍보와 마케팅에도 열심이다.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 캐릭터의 색다른 해석
이희정밴드는 처음에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음악 하는 이들이 모두 그러하듯, 광고 음악처럼 한번 들으면 입가에서 흥얼거릴 수 있는 선율을 만들어 오래 기억에 남는 인상 깊은 음악을 하고 싶어 한다.
밴드는 지난 6월 1집 앨범 ‘만좌맹인이 눈을 뜨다’를 정식으로 발매했다. 앨범을 내고 밴드는 음악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이희정이 말하는 밴드의 특색은 공감이 많이 간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은 고정되어 있다. 유파별로 대사나 음의 높고 낮음으로 약간의 변별성은 있으나, 캐릭터의 고정은 현대를 사는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밴드는 박색에 성격이 못된 뺑파를 관능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노래하기도 했다. 이 씨는 캐릭터에게서 읽을 수 있는 표출 되지 않은 내면의 모습을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어렸을 적 읽었던 흥부놀부전에서 흥부는 마냥 착하기만 하고 놀부는 그저 못되기만 했을까 하는 해석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심청의 인간적인 고뇌, 춘향이의 현실적인 판단 등 경제적으로나 인문학적인 해석이 아닌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해석이 가능한 노래를 하고 있다.
이희정은 시골 장터부터 큰 무대까지의 경험을 통해 판소리를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혔다. 다양한 공연경험은 대중들이 좋아하는 단어나 아니리(멘트)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작사하는데도 참고하고 있다. 1집 앨범 발매 이후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지만, 무언가를 조금 알아갈 때의 두려움이 더욱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판소리를 오래 한 선생들은 소리가 여물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아니냐며 소리 공부에 더욱 매진하라는 말을 해준다고. 그러나 그는 여러 활동을 통해 정통 판소리의 중요성도 다시 깨우치며,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적인 고민도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쉽고 편한 생활형 음악 지향
이희정밴드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국악기가 빠진 밴드에 대한 생소함과 소리꾼과의 음정에 맞춰 진행되는 코드 진행, 장단을 풀어 연주하는 리듬감이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는 평도 한다. 우리의 음악처럼 맛깔스러운 맛을 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밴드로 판소리를 반주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틀에서 자유롭고 다양하게 표출되는 음악적 느낌이 신선한 것은 사실이다.
밴드는 자체 공연활동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음악의 판의 구성을 직접 익히며, 대중들과 함께하는 판소리에 대한 이해를 직접 습득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주에 또 다른 자랑거리인 한옥마을은 연간 수백만의 관광객이 찾는 성공한 공간으로 꼽힌다. 장소를 채우는 콘텐츠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한 시점에 이희정밴드는 예향에 걸맞은 콘텐츠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공연자로서 제작자로서 다양한 시도와 활동을 하는 소리꾼의 밴드 이희정밴드는 생활형 한옥이 문화의 중심지에 만나 빛을 발한 전주한옥마을처럼 우리의 판소리도 쉽고 편하게 입가에 맴돌 수 있는 생활형 소리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정준 전북도립국악원 공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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