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촉구했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도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적시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수장으로서 청와대와 행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여당의 노동3법 등 경제선진화법 직권상정 요구에 “내가 성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직권상정은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요구 때는 “직권상정은 내 사전에 없다”며 못박았다.
수개월째 논란이 증폭되는 우병우 민정수석 파문과 정부의 일방적 발표로 지역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사드 배치문제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우병우 수석 사퇴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제기되었고 사드 문제도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장 개회사는 이미 1일 오전 중에 국회 내에 배포가 되었기에 오후에 열리는 개회식에서 정 의장의 발언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채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16대 국회 때인 2002년 3월 국회법 20조2항 개정을 통해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를 명시했다. 이는 의장에게 불편부당과 중립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정권에서 추진한 법안의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 등 정권 거수기 노릇이나 하던 국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당시 회의록과 본회의 제안 설명에 이 같은 국회의장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게 나와 있다. 정권으로부터 국회의장의 독립성을 보장한 국회법을 근거로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을 공박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장은 영문으로 The Speaker of the National Assembly로 표기한다. 국민과 국회를 대표해서 할 말은 해야하는게 국회의장이다. 정권을 향해 쓴소리도 못한다면 어찌 국회의장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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