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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자살

28일 새벽 0시50분. 전북경찰 A경위가 익산 아파트에서 숨진 채 그의 부인에 의해 발견됐다. 향년 44세의 젊은 가장이었다.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홀로 갔으니, 지독하고 가혹한 사람이다. 그의 젊은 아내는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세파를 헤쳐가야 한다.

 

그의 죽음은 자살로 추정된다. 타살 흔적이 없고, 그가 사망 전날 밤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가족에게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점, 그리고 아내에게 미처 발송하지 못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먼저 가서 미안하다. 잘 살아라.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 등을 놓고 볼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A경위는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그가 초년 경찰이던 때다.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쯤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근처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택시운전기사 유모씨(42)가 누군가에 의해 옆구리 등 12군데를 잔인하게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최초 목격자는 당시 16세였던 최모군이었다.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차 배달 일을 하던 청소년이었다. 최군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최군이 시비 끝에 택시기사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했다. 최군은 결국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모두 채운 뒤 2010년 만기 출소했다. 그리고 2013년 무죄다, 억울하다며 사법당국에 재심을 청구, 끝내 재심 결정을 얻어냈다. 숨진 경찰 A씨는 지난 8월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제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일로 그는 크게 괴로워 했다고 한다. 그 괴로움을 자살로 표현한 것은 큰 실수다.

 

이 같은 일이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르고 있다. 남원과 임실 등에서 촉발된 가동보 특허 설계 반영 로비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북도청 과장이 자살했고, 업체 간부도 자살했다. 부안군 승진인사 조작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는 부군수를 지냈던 인물이 자살했다. 익산시 LED가로등 교체사업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 등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이 자살했다. 관계 공무원 자살은 비리의 몸통을 보호하는 행위다. 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살을 선택한 것은 공복으로서 최소한의 정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다. 공무원이라면 진실을 당당히 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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