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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머니 '오방낭'

우리나라 전통 옷은 주머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한복 역시 주머니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은 것이 품새로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덜기 위해 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우리 옷에 주머니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저고리 위에 덧입는 마고자와 조끼가 들어오면서부터다. 마고자는 흥선대원군이 1887년 청나라의 유폐에서 풀려 돌아올 때 입고 온 만주사람들의 마괘가 변해서 널리 입게 된 옷이다.

 

주머니는 애초 실용적인 면에서 만들어 사용했지만 장식적인 역할을 겸하게 되어 그 종류나 모양새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오늘에 이르러 유물로 남아 있는 주머니는 조선시대 후기의 것들이 대부분인데, 의복에 달리는 두루주머니와 귀주머니 같은 일반적인 주머니나 향낭과 침낭 같은 장식적인 역할을 겸한 주머니, 수저를 넣는 수저집이나 필기구를 넣는 필낭 같은 것들이다.

 

장식을 겸한 전통 주머니는 그 형태나 장식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에 따라 색상도 다르게 만들어졌다. 남자들은 주로 옥색이나 초록색 등 푸른색 계통을, 여자들과 아이들은 분홍색 다홍색 초록색 등 선명하고 화려한 색으로 만든 주머니를 즐겼다. 주머니에는 수를 놓거나 보석을 달거나 끈에 매듭과 술을 달아 아름답게 장식을 했는데, 진주낭 수낭 오방낭 부금낭 등은 그러한 장식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날 우리가 유물로 만나는 전통주머니들은 이름도 품새도 아름답다. 옛 사람들의 정성과 손길이 더해진 덕분이니 한국미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유산이라 할만하다.

 

요즈음 달갑지 않은 이유로 수난을 겪게 된 주머니가 있다. ‘오방낭’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복주머니의 하나인 오방낭은 우주의 중심을 뜻하는 황색과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청백적흑의 다섯 가지 색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2013년 2월 25일 광화문 광장에 대형 ‘오방낭’이 설치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열린 ‘희망의 복주머니’ 행사였다. 주머니 안에는 국민들이 보내온 갖가지 희망이 담겨있었다. 박대통령은 이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면서 국민들의 소망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새 정부가 할일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날의 ‘오방낭’이 제대로 된 ‘오방낭’이 아니었단다. ‘최순실 게이트’ 에 놓인 거짓 오방낭의 존재. 그 안을 채웠던 국민들의 염원은 어디로 갔을까.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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