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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세상이 어지러울 때 예언이 판을 친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순천의 한 스님이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변변한 하야 성명도 못하고 급히 동쪽으로 도망친다’고 했다거나, 외국의 유명 예언가가 12월 중 박 대통령의 하야를 예언했다는 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국내 몇몇 무당들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측해 올려놓고 있기도 하다. 국내 사주가들의 말까지 빌려 한 나라 대통령의 거취를 예측하고 솔깃해 하는 현실이 오늘의 암울한 자화상이다.

 

차원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관련해 많이 인용되는 게 최근 김제시가 생가 복원을 추진하기로 한 탄허 스님(1913~83)의 과거 예언들이다. ‘월악산 영봉위로 달이 비추고, 이 달빛이 물에 비추고 나면 30년 쯤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는 예언이 꼭 맞았다는 것이다. 월악산 주변에 물이 없었으나 1983년경 충주댐이 만들어지고, 그 후 30년이 지나서 여자 대통령이 나왔으니 족집게 예언이 된 셈이다. 탄허는 북극 빙하의 해빙으로 일본이 침몰하고, 서쪽으로 땅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등 한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언하기도 했다. 오래지 않아 위대한 인물들이 조국을 통일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이런 예언들을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곧잘 인용했다.

 

그러나 불교계 존경받았던 고승이며, 유교와 노장철학 등에 달통했던 탄허 스님의 이야기마저 아전인수적 해석으로 흘러서는 그 진의가 곡해될 수 있다. 60년대 산업화과정과 군부독재의 당시 암울하고 어려운 한국사회에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그런 희망을 이루기 위해 정치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스님의 일관된 지론이었다. 스님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밤새워 고민하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라고 했다. 지도자가 신뢰받을 때 법과 영이 선다며 논어에 나오는 한나라 재상 상앙이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벌인 ‘말뚝 이야기’를 곧잘 인용했다. 말뚝을 옮기면 1만냥을 주겠다는 믿기지 않은 약속을 거푸 이행하면서 백성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나라의 운명이 지도자의 심성에 달렸다거나 탐심 있는 지도자를 경계하고 국민을 위한 철학을 갖추라고도 충고했다.

 

말로만 국운융성이 아닌, 박 대통령이 탄허의 이런 기본적인 자질론만 들었더라도 오늘의 흉흉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이마저 스님이 생존했다면 귀를 씻는다고 할지 겁난다.

 

·김원용 논설위원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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