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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보이는 것

영어에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이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으로 흔히 풀이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차이가 있다.

 

동양권에서 본다는 뜻의 볼 견(見) 글자의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 물체라고 한다. 즉, 내가 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보여 지는 것’이다. 그래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의 정확한 뜻은 ‘백 번 듣는 것보다 나의 눈에 어떻게 보여 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이는 것(見)은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홀로 성향보다는 두레 성향을 따르는 동양의 전통문화가 그것이다.

 

‘Seeing is believing’은 다르다. 먼저 ‘내’가 보아야 믿을 수 있다. 내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정확하고 중요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나’ 중심이다. 진리는 오직 하나 뿐이며,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서양의 개인주의 성향과 호흡이 맞다.

 

요즘엔 우리나라도 많이 달라지고 서양화됐다. ‘우리’보다는 ‘나’가 우선이고,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는 나의 주장을 확실히 내세운다. 그래야 대접받고 인정받는다. 어쭙잖게 상대를 봐주려다가는 내 자신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래서 일까? 세상이 꽤 시끄럽다. 많은 목소리들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부딪치며 온갖 쇳소리를 낸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에는 시퍼런 날이 서있다. 문자폭탄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이고 나만 옳기 때문이다.

 

인사 청문회를 놓고도 청와대와 야당이 평행선을 달린다. 절대로 만나지 않는 철도 레일을 달리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추경예산을 위한 국회연설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주요 참모진도 함께 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야당석을 찾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협치를 약속하는 제스처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의 생각과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여야 모두 나름의 이유와 명분도 있다. 그러나 대립이 길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 눈에는 모두가 정치싸움으로 보이고 정치에 대한 혐오증과 냉소주의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색안경 끼고 보면 한이 없다. 출구를 생각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의식하고 무서워하는 정치, 그런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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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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