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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판본 서체

전주시가 어제(7월 6일)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주완판본 서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하는 선포식을 열었다. ‘완판본’은 조선시대 전주지역에서 출판된 목판본을 이르는데, 전주를 뜻하는 ‘완산(完山)’의 ‘완’자와 목판(木板)의 ‘판’에 책을 나타내는 ‘본(本)’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전라감영에서 제작한 책의 목판본인 감영본과, 민간에서 제작된 목판본인 방각본이 따로 있으니 완판본에도 완판본 감영본(완영판)과 완판본 방각본이 있을 터다.

 

전주시가 무료 배포한 완판본 서체는 전라감영의 목판본 서체를 바탕으로 제작한 글꼴이다. 완판본의 글꼴을 현대적 서체로 처음 개발한 것은 지난 2014년, 사회적 기업 마당에 의해서다. 컴퓨터 글꼴로 만들어진 ‘완판본 마당체’는 컴퓨터에 탑재되어 일반인이 사용하는 폰트로서의 기능을 위해 원형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글꼴 디자인의 요소를 보완해낸 아름다움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 책이나 인쇄물의 글꼴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 뿐 아니라 전문디자이너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유료로 보급하는 한계 때문에 쓰임은 확산되지 못했다.

 

‘전주완판본 서체’는 전주시가 이 서체를 다시 여섯 종류의 서체로 확장하고 고어체까지 더해 완결성을 이어낸 글꼴이다. 복원의 의미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무료 배포에 나섰으니 그 가치와 의미가 더 커졌다.

 

오늘까지 남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된 ‘완판본’은 모두가 전라감영에서 제작한 감영본이다. 전라감영에서 전주 향교로 옮겨진 이후 완판본은 향교 ‘장판각’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비좁은 공간 안의 습기와 병해충의 공격으로 적지 않은 판본들이 썩거나 훼손되어 원형을 잃었다. 지난 2004년 정리 작업을 위해 전북대 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져 보관되어 있는 판본은 5천여 개에 이른다.

 

1800년대 각 지역의 감영에서는 책이 제작됐다. 전라감영의 목판본이 남아 있는 것도 그 덕분인데, 전국의 감영에서 제작된 판본 중에서도 전라감영 판본만큼 대량으로 남아 있는 예는 없다. 사료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전주시에 앞서 글꼴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무료 배포에 나선 자치단체들은 여럿이다. 서울시나 제주를 비롯한 도시들이 이미 자체 서체를 개발해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를 강화하는 ‘글꼴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완판본’은 다른 자치단체들이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서체와는 그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 단순히 미적 기능이나 디자인적 요소만을 강조하여 도시 정체성을 살려낸 글꼴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우리만의 서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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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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