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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협 공동기획 지방분권 개헌] 프랑스 지방분권형 개헌 어떻게 성공했나 - 지방분권 개헌 결실 맺으려면 지역 간 연대가 중요

시민 단체 '프랑스 얼베인' 지자체 101곳서 회원 등록 / 수시로 지역문제 난상토론

▲ 지자체들의 협의체인 프랑스 얼베인(FRANCE URBAINE) 소속 회원들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은 중앙에 집중됐던 막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분산시킨다. 잘 사는 도시에게 지방분권형 개헌은 약이지만, 못 사는 도시에게는 독이라는 지엽적 비난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지방분권형 개헌을 실천한 프랑스는 지역과 지역 간의 연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지자체 101곳 연합 지방정부협의체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시민단체 ‘프랑스 얼베인(FRANCE URBAINE)’은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지방정부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 협의체다. 리옹, 마르세유, 니스 등 대규모 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까지 101개의 지자체가 프랑스 얼베인에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해당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 고위 공직자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며, 주민으로 따지면 프랑스 인구의 절반정도인 3000만 명이 소속돼 있는 셈이다. 지자체가 걷은 주민세 중 일부를 협의체 운영비로 쓰고 있다.

 

프랑스 얼베인의 올리비아 랜댈 회장은 “지방분권형 개헌 이후 척박한 여건을 가진 지역의 중소도시들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광역도시권의 현안에서 소외될 위협에 처했다”며 “프랑스 얼베인이 만들어진 것은 크고 작은 도시들 간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진정한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는 여러 지역에 걸친 공통된 안건이 있을 경우 수시로 열린다. 가장 큰 행사는 매년 9월께 파리 시청에서 열리는 토론회. 700~800명의 지역의회 의원 및 관계자가 참석해 각 지역의 재정문제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인다. 협의점을 도출할 때까지 며칠 밤을 새워가며 토론회가 진행된다. 랜댈 회장은 “한국도 지방분권형 개헌 이후 지역 간 교류와 소통을 촉진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대 통해 지역 목소리 중앙에 전달

 

지난 5월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주민세를 대폭 삭감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얼베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대로 주민세가 삭감되면 지자체가 거둬들이는 주민세 수입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 프랑스 지방정부가 재정자주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주민세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던 만큼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프랑스 얼베인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지방분권형 개헌이라는 역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랜댈 회장은 “프랑스 얼베인에는 101개 지자체와 3000만이 넘는 주민들이 소속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중앙 정부에서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프랑스 얼베인 소속의 선출직 공직자들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이민자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프랑스 얼베인

△지역경쟁력 높이는 지자체전용 은행

 

진정한 지방분권은 재정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프랑스 지자체들은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개헌 이후 지방정부가 기금을 내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지자체 전용 은행(AGENCE FRANCE LOCALE)을 출범했다.

 

2015년 출범한 이 은행에는 리옹과 마르세유 등 주요 지자체가 참여해 올 연말 기준으로 23억 유로에 달하는 기금을 모았다. 지자체들은 지역구에 필요한 사업을 진행할 때 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다 쓴다. 일부 지자체는 이 은행을 통해 해외 투자자를 끌어와 지하철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랜댈 회장은 “최근 무디스가 지자체 전용 은행에 대해 프랑스 중앙 은행보다 신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면서 “프랑스의 지자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프랑스 지방분권형 개헌 일지

 

1980년대 이전 = 나폴레옹 시대 정점을 이뤘던 중앙집권적 시기

 

1982년 3월 = 지방분권형 개혁 선언, 지자체에 대한 사전통제권 폐기

 

1982년 7월 = 계획계약제 도입, 지방계획체계 정비

 

1984년 1월 = 지방공무원 권리 및 의무 동등 보장법 제정

 

1988년 1월 = 지방분권 개선에 관한 법 제정

 

1995년 2월 = 지방재정 균형 조정에 관련한 법 제정

 

1999년 7월 = 코뮌간 협력 간소화 및 강화법 제정

 

2003년 3월 = 지방분권형 개헌 실시

 

(재정자주권, 자치입법권, 주민투표제, 보충성의 원리 등 명시)

 

● 배준구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정파 안 가리고 개헌 이룬 프랑스 롤모델로 "

 

“프랑스는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지방분권을 추진했습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우리 정당들도 정파 다툼이 아닌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때입니다.”

 

경성대 배준구(행정학과) 교수는 좌우 정당을 가리지 않고 개헌을 이뤄낸 프랑스를 우리의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특정 정부의 성격이나 의지와 관련 없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도출된 과제이니만큼 여야가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좌파 정권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시도해 우파 정권에서 이를 마무리한 프랑스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또 개헌을 할 때 권한과 함께 재원의 이양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권한은 돈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프랑스 지방정부의 자체세입비중은 72.1%인데 비해 국내 지자체의 자체세입비중은 42%로 OECD 30개 국가 중 22위에 머물렀다.

 

개헌에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실험법’을 명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자체가 추진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낳더라도 중앙 정부가 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2003년 개헌을 추진할 때 이 법을 제정했다.

 

배 교수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또 “프랑스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동등한 계약 관계를 맺는 ‘계획계약제’를 실시하고 있어 지방에 대한 개입이나 통제가 적다”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서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리옹="부산일보" 안준영 기자>

관련기사 [한신협 공동기획 지방분권 개헌] 제1부 자치분권 선진국을 가다 ① 개헌의 힘 증명한 '프랑스 리옹' - 쇠락한 도시에'분권'하나 보태니 새활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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