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집사는 예루살렘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주는 봉사자를 지칭했다.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직분을 일컫는다. 요즘엔 집사(執事)라고 하면 고위 인사 주변에서 일반 사무는 물론, 집안일까지 챙기는 사람을 말한다. 권력자와 가깝고 두터운 후광을 받기에 집사는 단순한 심부름꾼을 넘어 2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기에 한때 나는새도 떨어뜨리던 집사는 대부분 험한 말로를 걸었다.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도 집사들은 때로는 막강한 힘을 휘둘렀으나 그 끝은 언제나 불행하기 마련이었다. 조선의 설계자라고 하는 정도전은 살육됐고, 최고 참모로 꼽히는 한명회는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부관참시를 당하는 운명에 처했다.
현대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이승만의 집사였던 이기붕은 집단자살에 의해 대가 끊겼고, 박정희의 최측근이었던 김종필, 이후락, 차지철, 김재규 또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된다.
서슬퍼런 전두환 정권때 3허로 일컬어지던 허문도, 허삼수, 허화평 또한 일찌감치 내쳐지거나 수모를 겪게된다. 노태우때 박철언이나 김대중 정권때 실세였던 권노갑, 박지원도 참으로 지난한 질곡의 세월을 겪는다.
작은 지역사회에서도 집사들은 때로는 오해를 받거나 힘든 세월을 지내야 한다.
1995년 민선시대가 개막하면서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종근 전북지사가 등장하자 그의 동창인 김대열씨가 집사로 등장했다.
도의회 안팎에서 ‘지사 장학생’이란 말이 나돌만큼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으나 상당 시간 곱지않은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덕인이란 평판을 받았던 강현욱 전 지사는 특별히 집사를 두지는 않았으나 핵심참모 하나 잘못쓴 죄로 인해 재선 출마를 접어야 했다. 지사후보 경선과정에서 한 참모의 후보 바꿔치기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김완주 지사때는 정자영 비서실장이 집사였다. 극도로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했으나 퇴임후에도 그의 이름이 종종 입방아에 올랐다.
송하진 현 지사는 과거의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아직은 특정 집사에게 전권을 주지않고 정책적인 부분은 관료들의 판단을, 정무적인 부분은 선거 참모의 의견을 중시하는 편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각 후보들의 집사들은 과연 어떤 운명에 직면하게 될까.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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