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됐으나 수도권과 야당의 반대가 극심했다. 결국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신행정수도 건설이 백지화 되고, 대안으로 행정복합도시가 만들어졌다. 당시 헌재는 수도가 서울인 점은 관습헌법에 해당하고, 헌법 개정절차에 의해서만 변경할 수 있다고 위헌 사유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개헌 논의와 함께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수도가 갖는 상징성이 지대하고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녹록한 작업이 아닐 터다.
고창군이 민선7기 들어‘한반도 첫 수도’를 내세우고 있다. 군정 방침의 맨 윗자리부터, 모든 행사장에 ‘한반도 첫 수도, 고창’이 나부낀다. ‘한반도의 첫 수도’라는 네임도 생소하고, 고창이 왜 한반도의 첫 수도인지도 의아스럽다. 유기상 군수는 “문명사적으로 고인돌시대에서 마한시대까지 세계 최고의 문명을 꽃피운 땅이며, 마한시대의 수도였던 고창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 손으로 다시 살려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증이 제대로 안 된 역사적 사실을 갖고 지역의 가치를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나온다.
수도가 갖는 상징성은 지대하다. 전북에서 수도 기능을 했던 적은 후백제 때 전주가 역사 기록으로 유일하다. 전주는 후백제가 고구려에 멸망할 때까지 37년간 수도였다. 전주시와 국립전주박물관이 몇 년 전부터 후백제의 역사복원을 위해 발굴·조사 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1000년 전 패전국의 역사 흔적을 찾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한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할 때 그 분야의 수도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고 있다.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창원과 제주는 세계 환경수도를, 순천은 세계 생태 수도를 제창한다. ‘한반도 첫 수도, 고창’역시 이런 맥락에서 굳이 현미경을 대지 않고 넓게 이해할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쓰지 않는 구호여서 신선하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적, 논리적 뒷받침이 안 될 경우 그들만의 구호에 머무를 수 있다. 고창이‘한반도 첫 수도’로 공감을 사고 영속성을 가지려면 마땅히 수긍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세우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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