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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할 때에는 '묻고 따져야'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얼마 전 한 젊은 여성이 사무실을 찾아 왔다. 몇 년 전 생명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 가입 과정에 하자가 있어 보험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서였다.

이 민원인에 따르면 보험 가입 당시 청약서 등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고, 저축성 보험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보장성 보험인 종신보험에 가입되었다는 것이다. 민원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꽤 억울할 듯하여 보험 가입 당시 서류와 녹취 내용 등을 꼼꼼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이 민원인은 뜻밖에도 보험 가입 이후 보험회사 콜센터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험 가입시 자필서명을 했으며, 가입한 보험이 종신보험이라는 설명을 들었냐’는 상담원의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물론, 민원인은 보험설계사의 부탁을 받고 사실과 다름에도 인정한 것이라 반박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민원인의 주장이 수용될 수 없었다. 보험설계사만 믿고 보험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같은 사례는 보험 상품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보험소비자와 보험회사간 정보비대칭이 커서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보험은 예·적금이나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에 비하여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까다롭다. 가입 기간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 장기간 유지된다. 때문에, 보험 가입시 따라오는 약관은 최소 수십 페이지 이상 깨알같은 글씨로 채워져 있다. 이 보험 약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 보험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험소비자와 보험회사 간 분쟁이 일어나면 약관에 쓰여져 있는대로 결론이 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는 매년 약 8만건의 금융민원이 접수되는데, 이중 보험회사에 대한 민원이 60% 정도를 차지한다. 전라북도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이 처리한 금융민원 1700여 건 중 57%가 보험 관련 민원이다. 이렇게 제기된 민원의 수용률이 5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앞서 말한 민원 사례와 같이 보험소비자 입장에서 억울한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보험을 가입할 때부터 소비자가 보다 깐깐해질 필요가 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을 파는 사람이므로 상품의 좋은 점은 크게 말하고, 나쁜 점은 작게 말할 수 밖에 없다. 보험설계사 말만 듣고 덜컥 보험에 가입하면 계약 내용이 당초 설명과 달라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보험 계약상 보장범위,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 보험료 갱신, 중도해지시 해약환급금 등 약관의 주요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보험설계사가 계약시 사업비 사용이나, 해약시 원금보장 여부 등 상품 설명을 충분하게 하지 않았더라도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하고, 계약 후 모니터링콜에서 이를 인정한다면 향후 분쟁 발생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모니터링콜은 본인이 정상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는 증거이므로 그저 무심코 대답해서는 안된다.

한 보험회사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광고 문구로 많은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반대로 소비자는 보험에 가입할 때 최대한 묻고, 꼼꼼히 따져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보험 계약 내용은 해당 보험회사나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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