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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의 재탄생

유럽 패키지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흔하게 안내되는 곳이 오래된 성당들이다. 처음 감탄사를 연발하다가도 고딕 양식의 외형과 스테인드글라스·파이프 오르간 등으로 구성된 비슷비슷한 내부 모습에 금세 식상한다. 단기간에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다녀올 경우 어떤 성당에서 촬영한 사진인지 역으로 여행스케줄을 살펴봐야 분류가 가능할 정도다. 일반 여행객들에게 성당의 모습이 별 차별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화재로 전 세계가 안타까워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무렵 이곳 대부분의 조각상은 파괴되고, 성당은 식량 저장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올릴 때 장막을 드리워 그 초라한 모습을 감춰야 할 지경이었단다. 헐릴 위기에 처해 있던 이 성당이 파리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둘러싼 프랑스 사회상을 그린 이 소설이 출간되면서 성당을 살리자는 캠페인과 함께 복원 공사가 이뤄져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20년의 보수공사를 거쳐 어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우리 국민들에게 미륵사지 석탑은 노트르담 대성당 이상의 값진 문화유산이다.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훨씬 긴 1400년 역사를 지탱한, 현존하는 국내 가장 오래된 불교 석탑이다. 단일 문화재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수리한 것도 어떻게든 석탑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해체와 수리를 거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지만, 미륵사지 석탑의 위상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해체 과정에서 금제사리봉영기 발견을 통해 석탑 건립시기(639년)와 미륵사 창건과 관련된 배경이 밝혀졌고, 복원 막바지 단계에 있을 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석탑에 향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미륵사지에는‘노트르담 꼽추’보다 훨씬 오래된 설화가 있고, 백제 왕도와 관련된 왕궁리 유적지 등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널려 있다. 익산의 랜드마크로 우뚝 세울 수 있는 자산이다. 미륵사지 석탑의 재탄생을 예사롭지 않게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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