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논설위원
충남 보령에서 접수됐던 돼지열병 의심신고가 어제(7일) 음성으로 판정되면서 양돈농가와 축산당국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국내 최대 양돈단지인 충남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하면 국내 확산은 시간문제이고, 국내 양돈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재앙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돼지열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SFV)를 통해 감염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4000종(種) 이상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다. 바이러스(Virus)는 라틴어로 ‘독(毒)’을 의미한다. 지구상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작다. 크기는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nm, 1nm는 1mm의 1백만분의 1)로 전자현미경으로 겨우 보일 만큼 작다. 생존에 필요한 핵산과 단백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숙주(宿主)에 의존해 살아간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증식과 유전이라는 생물 특유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대체로 생명체로 간주하고 있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숙주가 동물의 몸뿐 아니라 인체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돌연변이를 거듭해 변종을 만드는 탁월한 능력 때문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힘겹고 고단한 사투일 수 밖에 없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괴롭힌 흔적은 무수히 많다.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에 이르게 한 흑사병을 비롯 1918년 전 세계에서 2000여만명의 희생자를 냈던 스페인독감도 바이러스로 인한 가장 끔직한 피해로 기록되고 있다. 현재에도 에이즈(AIDS),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SARS), 조류인플루엔자(AI)등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는 질병들의 공통점으로 병원체가 바이러스라는 점이다.
인류 탄생 이후 이어진 질병사(疾病史)는 바로 바이러스 와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이번 돼지열병이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어느 순간 변이를 통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을 유발시킬지 모를 일이다. 변종을 만드는 탁월한 능력 때문에 1967년부터 1990년 까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 바이러스 만도 20여종이 새로 출현했을 정도다.
인류는 지금까지 바이러스와 숙명적인 적대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힘써왔지만 아직 완전 극복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작정 공포심을 갖기보다 바이러스와 관련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는 한편 면역력을 높이고 철저한 방역활동을 통해 바이러스와 적절히 공존(共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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