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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전북여행] 추억속 그곳 완주 광두소마을 “이제는 추억으로 사라질 마을을 카메라로 찰칵!”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에는 이제는 몇 남지 않은 가구 수의 작은 마을이 존재합니다. 운주면에서 대둔산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 사이를 마주하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자그마하지만, 이제는 곧 그 모습마저 사라져버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곳이기도 하답니다.

 

추억으로 사라져버릴

광두소마을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천등산 자락 아래에 자리한 광두소 마을은 최근 저수량 650만 톤 규모의 댐이 들어설 예정으로 그로 인한 댐 공사가 한창인데요. 본격적으로 댐 공사에 들어간 기간은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이 댐의 건설로 운주면 장선리등 57.1ha 가 수몰되고 29가구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광두소 마을의 옥계교가 놓인 시기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며 늘 광두소 마을을 지나가던 그때의 추억으로는 낮은 개울 사이 다리가 그저 유일한 통로였는데 어느덧 옥계교라는 멋진 이름을 딴 튼튼하고 높은 다리가 새로 들어서 있기도 했습니다.

옥계교를 지나 광두소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산세 아래 자리 잡은 작은 절과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푸릇한 기운이 가득한 봄이 이곳에도 찾아왔는데요, 오랜만에 혼자 이곳 광두소 마을을 거닐며 꺼낸 필름카메라는 광두소 마을의 분위기를 더없이 잘 담아내 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이른 아침 한적한 동네로 이어지는 마을 입구는 농민들의 땀방울이 가득한 농작물들이 땅속 깊은 곳에서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며 새싹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이미 몇 가구 남지 않은 자그마한 마을이어서인지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참 좋기도 했답니다. 이미 대다수 가구는 이곳을 떠나기도 해서 이곳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은 얼마 남지 않으셨다고 해요.

길게 축 늘어선 전깃줄과 삐뚤삐뚤 낮게 내려앉은 지붕 ... 이제는 볼 수 없는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들어진 돌 담벼락에 굳게 닫힌 녹슨 대문은 어린시절 할머니 집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풍경 그 모습 그대로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오래되었고 낡은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그러기에 더욱 친숙하고 정겨운 우리 내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철이면 여기저기 집 마당 주변으로 피어나는 꽃들은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답니다. 이 소박한 풍경이 주는 행복함들이 유난히 반가웠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침 햇살 아래 산새가 지저귀는 이곳에서 조용히 필름카메라 하나에 찰칵하는 셔터음만이 맴도는 마을....

소박한 작은 동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오래된 추억들을 다시금 회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옥계천 맑은 물은

이제 추억 속으로

아버지는 이른 아침 이곳 광두소 마을로 떠난다는 이야기에 이젠 오랜 내 모교 <운주초등학교, 운주중학교> 의 교가에 나오는 `옥계천 맑은 물~`은 이 댐이 들어서면 영영 사라질 거라고 아쉬움을 표하셨습니다. 옥계교의 이름은 아마도 이 대둔산에서부터 흘러내려 오는 옥계천에 물길을 따라 지어진 게 아니었을까요?

옥계천 맑은 물 사이로 유일한 길이였던 이 낮은 길은 어린 시절에도 늘 물이 많이 불어나는 여름이 되면 이곳을 건너지 못했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제는 새로 옥계교가 들어서면서 이 낮은 길목은 산산이 부서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의 말씀대로 이 추억이 가득한 옥계천은 아마도 오랜 기억 속으로 사라질 테고 유일하게 남을 이 사진 한 장으로 기억이 될 거란 생각이 문뜩 들기도 했습니다.

아직 완공이 언제 될지 모를 정도로 그 속도가 더디게 진행이 되어가고는 있지만 언젠가 들어설 이 댐으로 인해 이 작은 광두소 마을은 추억으로만 그리워하고 추억으로만 불리울 수 있는 마을이 되겠죠? 떠나는 이들이 있겠지만, 그만큼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후에 내가 태어나 자랐던 이곳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이라도 있다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선택했던 이번 필름 사진여행을 광두소 마을로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 ... 내 마을 내 고향을 오래도록 기억해 낼 수 있는 이사진 하나라도 남겨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댐이 들어서면 많은 농민에게 농업용수가 조금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어서 좋긴 하겠지만, 추억하며 찾아갈 수 있는 내 고향이 없다는 건 어쩌면 또 다른 이들에겐 슬픈 일일 겁니다. 추억 속으로 언젠가 사라질 광두소 마을이지만 이렇게나마 이곳을 찾아 거닐며 이곳의 모습을 남겨본 하루 ... 작은 필름카메라 하나로 온전히 모든 걸 다 기록할 순 없었지만, 더 친근하고 가슴 깊이 와 닿을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의 느낌은 잘 담겼길 바라봅니다. /글·사진 = 노은주(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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