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62세 농사의 달인 백운농협 조합장 신용빈 씨, 늦깎이 대학생으로 학생회장 되다

2년 전 59세 때 전북대 농과대학 입학 ...3학년 올해 과 학생회장 맡아 
농사를 소홀히 않는 천생 농사꾼...수년 동안 백운농협 연속 흑자 이끌어

신용빈 진안 백운농협 조합장
전북대 생명자원융합학과 3학년이 되면서 과 학생회장에 선출된 신용빈(62) 진안 백운농협 조합장/사진=본인제공

“60년 넘게 흙에서 살다 보니 농사 현장에 관한한 달인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알지 못해 답답했고 이론에서도 달인이 되고 싶어 농업 관련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진안 백운농협 신용빈(62) 조합장은 2년 전 대학입학 사유를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20년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생명자원융합학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대학생이 됐다. 직장인 전형으로 입학할 당시 그의 나이는 60세였다.

늦깎이 만학도로 입학해 공부하는 데 애로가 컸다. 하지만 그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 조합장 업무, 농사, 이웃 챙기기 등 1인 4역을 억척스럽게 수행했다.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되는 올해는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1980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정규학교에서 해보지 않았던 ‘아주 특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 학생회장에 선출돼 1~4학년을 대표해야 하는 것. 다음 달에 시작되는 3학년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신입생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학년이 돼 학생회장까지 맡게 됐다. 우리 과엔 만학도지만 쟁쟁한 학우들이 많다. 동기생인 3학년이 특히 그런데 하필 내가 학생회장이 됐다. 어깨가 무겁다.”

자식뻘 되는 20대 젊은 학생들과 서로 ‘학우’라 호칭하며 지난 2년 동안 거리낌없이 어울려온 신 조합장은 올해 1년 동안 학과를 잘 이끌 궁리를 하고 있다.

그는 조합장이 된 2015년 초부터 지금까지 농사일을 소홀히 하는 법이 없었다. ‘흙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그에겐 남들이 인정해 주는 습관 하나가 있다. 4시에 기상해 새벽녘에 논밭에 나가는 것.

20대 청년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 덕분에 그는 조합장이 돼서도 대학생이 돼서도 컴컴한 새벽에서 아침 사이에 하루 일을 대부분 마무리한다.

2020년 대학생이 된 이후엔 농사일이 더 재미있어졌다. 학교 다니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습관 하나가 생겼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기에 대입해 보고, 차이가 나면 왜 그런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에게는 조합원들이 붙여 준 별명 하나가 라벨처럼 붙어 있다. 바로 ‘해결사’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보면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45년가량 이어온 겨울철 ‘온 동네 제설 작업’이 좋은 예다. 눈 오는 날이면 그는 어김없이 제설용 트레일러를 부착한 트랙터를 끌고 나와 ‘눈 청소부’로 거리에 나선다. 도로 통행의 해결사가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그는 면사무소나 각 마을에서 열리는 어떤 행사에 모자람이 있을 경우 사비를 털어서라도 도움을 주는 일이 다반사다.

그는 백운농협이 수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조합장의 업무도 훌륭히 수행한다.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어려웠던 지난해에 백운농협은 4억 5000만원가량의 흑자를 냈다. 자그마한 규모의 시골 농협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조합장이 된 뒤부터 백운 농협에 단 한 차례도 ‘거친 민원’이 없었다는 것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달팽이처럼 느려도 느린 게 아니고,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는 것 같다.” 그는 피지 못한 늦깎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했다.

국승호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