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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기사

민주당 혁신대상이 李 후보에 몰표 준 호남?

지방선거 앞둔 쇄신론 “호남정치 희생양 이율배반” 논란
대선패배 요인 엉뚱한데서 짚는 민주당 분위기에 허탈감
대패 위기서 구해준 호남 볼모로 혁신 빙자 전권행사 우려
'호남 국회의원 무공천' 발언 정치적 포석이라는 의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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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호남민심을 받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비대위원이 대선 패배의 희생양으로 호남정치권을 점찍으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대선 막판 지지율 상승과 득표율 방어의 주역인 호남을 개혁과 쇄신대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마저 횡행하고 있다. 

반면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후보자 논란을 언급도 못하는 분위기가 민주당 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내에서 ‘죽은 권력’이지만, 대외적 인지도와 팬덤이 두터운 이재명 상임고문은 언제든 떠오를 수 있는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대선 패배 책임 희생양으로 ‘청와대’와 ‘친문’ 그리고 ‘호남’을 거론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가 끝나자 패배한 지역구의 의원이 당내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이번 득표결과를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의 패배원인은 수도권은 물론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과 부·울·경에서의 압도적인 열세에 있었다. 또 성별 갈라치기 논란으로 20대 남성의 표심이 보수로 갔고, 강성 지지층만을 대변하는 기조가 거세지면서 중도 표심이 떠난 점도 대표적인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유례없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던 이번 대선에선 전북을 비롯한 호남정치권의 조직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당독주 현상이 심화되자 민주당 내부에선 혁신을 빙자한 주도권 확보의 도구로 호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패 위기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84.64%의 득표율(전북 82.98%, 광주 84.82%, 전남 86.10%)로 구해준 호남표심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중앙당 내부에서 혁신 명분으로 오는 6월 대선에서 지역정치권을 아예 배제하고, 중앙당이 전권행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되자 이재명 후보 승리에 올인 했던 도내 민주당 당원들 중 상당수가 허탈감과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민주당 채이배 비대위원이 지난 16일 광주에서 한 발언은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그는 이날  “호남만큼은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전북정치권 내부에선 여러 말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경선 없는 무공천은 사실상 당원확보 등 지선 준비를 하지 못한 복당인사의 공천을 돕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도 제기됐다. 아울러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을 지낸 채 비대위원 본인이 호남출신 복당인사로 호남의원 공천권 배제와 자신의 입지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호남 내 민주당 정치는 무조건 토호로 못 박는 악의적 프레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일당독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북도민들의 선택이 민주당에서마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로 국민의힘을 선택한 호남사람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분위기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김태진 비대위원은 채 비대위원의 논란의 발언이 있던 당일 지방선거에서부터 지방 토호와 결탁한 조직대결을 지양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역정치권과 당원 내부에선 맞는 말이라는 공감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당원은 “호남 민주당원의 피나는 노력을 무시한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도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북에는 초·재선 의원밖에 없는데도 당내에서 우리를 기득권이라고 치부해서 놀랬다” 며 “항상 민주당에서 호남은 보은대상임에도 오히려 매번 당내 개혁대상으로 분류했고, 물갈이에 이은 물갈이가 이어지면서 다선 의원이 없어지고 강경파에 밀러 당내 파워마저 약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원은 “수도권 지인에 전화하기, 지역 내 각종 모임에서 중도 표 끌어오기 전략 등을 활용해 유권자들을 조직적으로 설득한 게 호남정치권” 이라면서 “민주당의 호남조직력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자산인데 굴러들어온 비대위원이 폄하하는 것을 보고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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