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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문화&공감 2022 시민기자가 뛴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했던 물건들 다시 한 번 바라보다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은 성매매집결지에서 문화예술과 인권의 공간으로 변신 중인 서노송예술촌에 환경부 지원을 받아 2021년 문을 열었다. 3층 기획전시장과 기억의 방에서는 7월 8일까지 버려지는 옷과 천을 이용해 재생과 치유를 표현한 고보연 작가의 ‘삶은 다시 이어지고’란 설치전을 만날 수 있었는데 전시의 메인 작품인 ‘땋기_그 연대의 힘’은 폐 의류를 길게 땋아 제작한 가변설치 작품으로, 5층부터 1층까지 이어지는 대형 설치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버려지는 것을 다시 보고, 치유의 힘을 느끼고자 전주시새활용센터를 찾았다.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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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외관.

이곳은 전주시 자원 선순환을 위한 새활용, 가치에 소비하는 문화 만들기,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지역 새활용 소재개발과 디자인 역량 강화 등 새활용 사업 기반조성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전주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자치적 가치 실현의 공유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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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체풍경.

3층 전시장을 가득 메운 작품들은 고보연 작가가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작품이다.

몸을 감싸는 천을 이용한 작품으로 바느질, 솜 넣기, 창구멍 꿰매기 등을 이용한 작품이라 설치의 어색함속에서도 따뜻함을 물씬 느끼게 한다.

이 많은 작업량을 위해 혼자가 아닌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탯줄과 끈처럼 관계가 이어져 오고 서로가 위로를 주는 전시다.

 

관계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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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나는 순간의 당신, 기둥에 설치.

작품을 제작하는 현장은 선미촌의 아픔을 상징하는 의미로 허물어져가는 건물 바닥에 가두리를 쳐놓은 곳이다. 작고 낡은 여인숙 모양의 판잣집 같은 곳이 쌍둥이 건물처럼 있었을 법한데 지금 한 채는 남아있고 다른 한 채는 그 흔적처럼 가드레일을 쳐놓았다. 

고되고 더딘 시간들을 위로하는 단순한 행위가 이 작품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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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_ 그 이어져 있음, 염색천, 2020~2021

탯줄은 아이가 엄마 태 안에서 편하게 먹고 쉬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관이다.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연계되어 있다. 

우리가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듯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어져 있다.

작가는 어머니의 탯줄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듯 보이지 않는 주변의 수많은 탯줄과 같은 가치들이 우리를 보호해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회는 혼자가 아닌 함께 관계하며 사는 것이라 말한다.

 

사람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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땋기- 그 연대의 힘 /2021~2022, 비상계단에 설치

전시장 1층에 길게 늘어뜨린 천이 보였다. 바로 ‘땋기- 그 연대의 힘’ 작품이다.

그 이어짐을 보기위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5층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그 연대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는 버려지는 천을 머리 땋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 그 이어져 있음을 나타내고자 한다. 비록 한 줄의 천이더라도 다른 조각들과 연결되면 튼튼한 구조의 줄이 된다. 여리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더라도 누군가와 함께하면 힘이 두 배 세 배가 되어 연대의 힘을 형성한다는 설치물인 것이다. 

 

엄마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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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산에서 머물다 /재생천, 2018, 가변크기

여성은 본인의 모든 것을 한없이 내주는 어머니가 되고 너무나 내어주어 빈껍데기만 남는 순간이 있다. 빈껍데기만 남아 그 것은 마치 빈 젖무덤 같기도 하다. ‘엄마의 산에서 머물다’라는 작품은 엄마의 젖가슴이 산이 되고 바다가 된다. 

여성의 몸 자체가 언어이고 매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예전에 이 작업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작가는 풍선에 천을 한 겹 한겹 올리고 있었는데 필자는 젊은 날의 우리 엄마를 생각했고 지금은 가죽만 남은 우리 엄마생각에 잠시 입이 삐죽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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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머무름/ 폐 천에 바느질, 2016, 가변크기

충남의 모기업이 폐업하면서 재고로 남아있던 천을 받아 작가는 가족을 표현했다. 

천 공장이 문을 닫고 운영자뿐만이 아닌 노동자들도 갈 길을 잃고 분명 헤맸을 것이다. 그 헤맴과 혼란의 천들은 작가의 한 땀의 바느질로 때론 아버지의 등을 내어주고 어머니의 등을 내어주는 가족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전시를 보고 난 후 관람자들은 마련된 천을 이용해 땋기를 하고 있다.

한 올 한 올 직접 땋은 다양한 줄들은 본인의 이름을 기재 후 다음 작가의 전시에 이름과 함께 전시가 된다. 전시공간이 한 줄 한 줄 관람자들의 작품들이 쌓여서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형식이다. 작가와 관람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시라 다음이 기다려진다.

센터는 새활용 시민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전주쓰레기자원새활용디자인 공모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시민 대상 새활용 체험 프로그램도 수시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또 폐자재와 폐제품을 수거해 가공·생산·판매까지 새활용 산업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자원순환 대표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홈페이지에 신청해 폐기물을 활용한 새활용 제품 제작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필자도 꼭 참여해 보고 싶다.

고보연 작가는

고보연(KO, BOYUN)은 전북대학교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독일 드레스덴미술대학에서 입체, 설치로 Diplom, Meister 과정을 마쳤다. 군산에서 ‘여성에게서 나오는 미술 언어’를 찾아 재생 천을 이용한 설치작업에 몰두하며, 공동미술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과 소수자문화예술활동으로 만나오며 추구하고자하는 설치미술의 방향과 함께 공공의 가치를 찾고 있다. 21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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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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