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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기사

벼랑 끝 농가 줄폐업⋯사육두수 '전국 세 번째' 전북 우려

1분기 기준 한우 사육 마릿수 전국 세 번째
지난해 비육우 순손실 평균 142만 5825원
농가는 적자, 소비자는 부담⋯유통 과정 탓?
"한우 활성화 방안 마련 시급, 사료 지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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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반납 투쟁 집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전국 한우농가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에서 전국한우협회 소속 회원들이 퍼포먼스를 위해 축사 모형을 옮기고 있다. 2024.7.3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소가 사료를 먹어야지, 사료가 소를 먹어요. 죽지 못해 사는 거지."

지난 5일 전북일보와 인터뷰한 정윤섭 전국한우협회 전북지회장의 하소연이다.

전국한우협회는 3일 국회 앞에서 전국 한우 농민 1만 2000명과 함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소를 키울수록 적자가 나면서 전북 한우 농민 1400여 명도 서울로 상경해 '한우 산업 정상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을 벌였다.

전국적으로 한우 농가의 줄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전국에서 세 번째로 사육두수가 많은 도내 축산농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식당을 통해 소비하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비싼 편이어서 소비자들은 할인 행사가 열려도 쉽게 손길이 가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북 한우 사육두수 전국 세 번째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북 한우 사육 마릿수는 총 42만 7710마리다. 경북(73만 2736마리)·전남(61만 4347마리) 다음으로 많다.

지난해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 한 마리당 사육비는 평균 1021만 1316원이지만 판매 수입은 878만 5491원이다. 한 마리를 팔면 142만 5825원 적자인 셈이다. 

사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비(437만 6618만 원·6.66%)부터 이자는 31.33%, 분뇨처리비는 64.24%, 생산관리비는 11.96% 오르는 등 13개 항목이 모두 1년 새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는 평균 값으로 실제 농가 현장에서는 사료비 포함 사육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5년 전인 2018년 비육우 한 마리당 사육비가 840만 6394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21.47%, 3년 전인 2020년(932만 8877원)보다 9.46% 올랐다. 두당 사육비는 지난 2022년부터 1000만 원 선을 넘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농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 중 지난해 적자가 가장 컸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만 원 넘게 적자가 난 적은 거의 없었다. 100만 원 넘게 적자가 난 것은 2011년(116만 5540원 적자) 이후 처음이다. 2011년, 2023년에 많이 늘어난 사육비와 달리 판매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위기의 한우 농가, 이유는?

소값은 뚝 떨어지고 생산비는 확 오르면서 한우 농가의 한숨이 깊다.

정부의 무허가축사, 부숙도 검사, 사육 밀도 등 강도 높은 축산 환경 규제로 인해 생산비가 인상된 데 이어 농가사료구매자금 상환일 도래·수입산 물량 증가 등의 이유로 어려움이 커졌다는 게 한우 농가의 전언이다.

정윤섭 회장은 "여기에 국내 한우 소비량까지 많이 줄었다. 쓸 돈이 없으니 사 먹는 사람이 없다. 지금은 할인 행사 해도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떨어지는 소값, 올라가는 쇠고기값?

한우 농가는 소값 폭락에 어려움이 많지만 소비자는 소값 폭락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일 한우 도매 가격은 kg당 평균 1만 4596원이다. 이중 한우 등심 가격은 kg당 5만 1032원, 소비자 가격(등심·1등급·1kg)은 8만 3380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5일(9만 6540원)과 비교해 소비자 가격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비싼 편이다.

통상 한우 유통 과정은 생산자(농가)→우시장→공판장(도축장)→중간도매상→도매상→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복잡한 중간 유통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진 영향이다.

 

△한우 농가의 몰락, 대책은 없나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지난 3일 "후손에게 안정된 한우 산업을 물려 주고 활기찬 농업 농촌을 가꿀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안정 장치 마련에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한우법 제정 △한우 암소 2만 두 긴급 격리 △사료 가격 즉시 인하 등을 요구했다.

정윤섭 회장은 "항상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직거래 판매장 조성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하면 소비자 가격은 잡힐 수 있다. 전북에는 고산 미소·총체보리가 있다. 아니면 정읍 한우처럼 연동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지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 가격도 같이 내려가는 방식인데 전북에서 유일하게 정읍 한 곳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필요한 지원·대책으로는 사료 자금 지원을 꼽았다. 사료구매자금 상환 기한을 연장해 주고 은행 금리를 지원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사료 가격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곡물 값이 오르기 전에 사들였다가 농가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줘야 한다"며 "어떻게 한우 수급을 조절해 나가면서 한우 산업을 활성화할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같이 방안을 모색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규제는 늘어나고 산업은 침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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