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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전주 통합, 주민투표 대신 ‘여론몰이’로 결정하나

완주-전주 통합 주민투표 의무 여부 두고 법리 논쟁 격화
완주 정치권 "주민투표 없이 여론조사로 결정"…객관성 논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통합 시기 놓치면 기회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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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전주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주민투표 실시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투표가 법적으로 필수 사항인지에 대한 찬반 양측의 해석이 갈리는데, 완주 정치권은 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의 직접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배제하고 특정 집단의 의견이 과대 반영될 우려가 있는 여론조사를 활용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완주군청과 군의회 등 완주지역 정치권은 주민투표 대신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완주군은 지난해 통합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진행한 특정 설문조사를 공식적인 여론조사처럼 포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설문은 반대 의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 2311명을 대상으로 진행돼 표본 대표성이 부족했음에도, 완주군은 이를 근거로 '완주군민 66%가 통합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의견 수렴 조사였을 뿐, 찬반 비율을 정확히 측정한 공식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을 빚었다.

이는 과거 타 지자체 통합 과정에서도 반복된 사례이기도 하다. 2016년 창원·마산·진해 통합 이후 진해구 주민들이 분리를 요구했을 때 창원시는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대다수 시민이 통합 유지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조사는 진해구가 아닌 창원·마산 지역 주민 중심으로 진행돼 표본 대표성이 결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대구·경북 통합 논의에서도 대구시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 시민 60% 이상이 통합을 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조사 방식이 대구 중심으로 설계된 데다 설문 문항도 통합에 대한 긍정적 질문만이 구성돼 있어 객관적 판단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완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질문 설계와 표본 구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완주군이 앞서 특정 설문조사를 객관적인 민의로 둔갑시킨 사례를 볼 때, 군민 목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담을 수 있는 주민투표를 배제하고 여론조사만으로 결정하겠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최종적으로 행정안전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민간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통합 건의서를 제출하면, 행안부가 주민투표 또는 지방의회 의견 청취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 결정하게 된다. 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1997년 처음 제기됐을 당시에는 군의회 의견 청취로, 2013년에는 주민투표로 진행됐다. 이번 통합 논의 역시 주민들 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주민투표가 유력한 결정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정부는 현재 지방소멸 위기 대응책의 하나로 행정통합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특히 통합 추진 시 주민투표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과 경북·대구 등 일부 광역단체들이 이미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현실적인 단계인 시·군 통합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주민투표가 민의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절차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대립을 넘어 실질적인 토론이 필요하며, 주민 설득 과정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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