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발족 ‘건지산 지키기 시민모임’…이수진씨 등 7명 활동 덕진공원‧건지산 일대 추진중인 민간공원 특례아파트 개발사업 문제제기 “도시공원은 시민 삶 지켜주는 기후안전망…개발중심 행정에서 벗어나야“
“건지산은 전주의 미래자산이에요. 기후위기 시대에 좋은 환경만큼 필요한 자산은 없다고 봐요. 시대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산을 깎아서 개발한다는 발상은 모순이죠”
지난달 10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호성동 주민 이수진(34)씨의 말이다. 수진씨는 덕진공원 건지산 일대에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민간특례사업에 반대하는 ‘건지산 지키기 시민모임’ 회원 7명 중 한 명이다.
그의 말처럼 기후위기 임계점이 가까워졌다는 경고음은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추석까지 이어진 무더위와 1년 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진 기상이변 현상,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온실가스 농도 등이 이를 증명한다.
이수진씨는 건지산 지키기 시민모임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시공원은 시민의 삶을 지켜주는 기후 안전망이고, 기후재난을 완화하는 생태시설이 건지산인데 30% 가까이가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개발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제는 개발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건지산 지키기 시민모임은?
올해 9월 발족한 건지산 지키기 시민모임은 덕진공원‧건지산 일대에서 추진 중인 민간공원 특례 초고층 아파트 개발 계획에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하는 시민모임이다. 모임에는 이수진 씨를 비롯해 건지산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 7명이 화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덕진공원은 모두의 것, 건지산 시민의 숲을 지켜주세요”라는 구호를 내걸고 개발 중단과 공원 보전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상시로 진행하고 있다.
△왜 모이게 됐을까?
‘건지산’은 편백나무 숲과 오리나무 군락,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맹꽁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없는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로 보존된 곳이다. 전주 도심 녹지축의 핵심이자 도심의 산소공장으로 여겨진다. 그 공간이 지난 7월부터 도시의 미래로 떠올랐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예산이 부족한 전주시가 공원 일부에 초고층 아파트 개발을 허용하면서부터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부지는 덕진공원 전체 면적의 7.86%에 해당된다. 축구장을 39개 지을 수 있는 면적이 개발의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시민 사회에선 “녹지 감소·시민 불편·경관 훼손·예산 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도시 개발 사업의 상업적 성격이 짙어 도시공원과 녹지를 파괴한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건지산 지키기 시민모임에서도 시민단체의 의견에 100% 공감하며 함께 행동하고 있다. 수진씨는 “숲의 일부가 잘려나간다면 결국 건지산 전체의 생태와 산책길, 시민의 삶터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며 “연대해서 무자비한 개발을 막고 현재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리기 위해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개발 관련 문제 아닌 기후위기 문제
수진씨는 산림 파괴를 둘러싼 개발 논의가 곧바로 기후위기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림이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태 다양성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어서다. 그는 “건지산 훼손이 단순한 지역 환경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기후체계의 불안정성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심 가까이에 위치한 산림이 사라질 경우,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줄어들고 기온 상승과 홍수‧가뭄과 같은 극단적 기후현상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또한 도시 숲의 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진다고 평가하는 추세다. 산림 보전이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 중 하나로서 개발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환경적 가치를 균형 있게 판단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수진씨는 “기후회복력이라고 하죠? 아파트 하나 짓는데, 무슨 기후위기까지 논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일대에 사는 주민들에겐 생존의 문제”라며 “아파트로 인해 잃게 될 자연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파트가 지어져도 더 이상 아파트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면 빈 건물이 방치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결국 더 많은 시민이 민간공원 특례사업 문제에 대해 알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건지산지키기시민모임 회원들을 비롯해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무자비한 개발을 저지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건지산 지키기는 ‘내 일’ 아닌, ‘우리의 일
인터뷰 진행 도중 건지산지키기시민모임 회원인 이남희(57)씨가 합류했다. 남희씨는 “건지산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의 기후를 지키는 일”이라며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행정의 막무가내 결정과 행동이 전주를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건지산지키기 시민모임에서는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개발구역 일대를 돌며 주민 알림 활동을 펼쳐왔다.
이들 모두가 일상에서 기후행동을 실천하고 있던 셈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남희씨가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는 ‘기후행동’이라는 것이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숲과 나무를 가꾸는 일부터라고 했다.
이남희씨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열섬이 생기고 바람길을 막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기후변화가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행정에서는 이런 상황을 못 본 척하고 있다. 멀쩡한 산을 훼손하면서 개발하는 게 전주를 위한 일인지 모두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끝>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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