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문화정책을 연구해온 문화비평가 장 미셸 지앙의 저서 <문화는 정치다>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미테랑 정권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정치의 중요한 기틀이 된 문화정책의 흐름을 짚어낸다. 이 책은 프랑스 역사에서 문화정치가 부수적인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통치하는 핵심이었고,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문화강국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기반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
프랑스 문화정치의 출발점은 프랑수아 1세다. 그가 문화정치를 실험하며 기초를 다졌다면, 이를 본격적인 통치의 수단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절대왕정의 상징으로 불린 루이 14세였다. 이후로도 프랑스에서 문화는 줄곧 정치의 중심에 놓였다. 군인이자 정치인이었던 드골 대통령은 문화부처를 신설해 작가 앙드레 말로를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의 문화정치는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제도화되었다. 뒤를 이은 미테랑 대통령도 문화개발국을 국가기구로 만들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창작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며 문화정치의 흐름을 강화했다.
프랑스 문화정치의 기반이 얼마나 공고했는지는 1789년 프랑스혁명의 결과로도 확인된다. 프랑스혁명은 왕실과 귀족의 소장품을 국민의 재산으로 만들고, 궁정예술을 공공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 상징적인 결실이 세계 최초로 국가가 국민에게 개방한 박물관, <루브르박물관>이다.
루브르는 프랑스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지켜온 문화정치의 핵심이 ‘접근권의 확대’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실제로 루브르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문화정치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을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프랑스 문화정치는 이 오랜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 보인다.
루브르박물관이 유럽인들과 비유럽인에게 서로 다른 입장료를 적용하는 ‘이중 가격제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루브르박물관 입장료는 22유로(한화 약 3만 8천 원). 바뀐 입장료가 적용되면 비유럽인은 이보다 45%나 비싼 32유로(약 5만 5천 원)를 내야 한다. 게다가 인종차별적인 이 정책은 샹보르성이나 생트샤펠 등 프랑스의 다른 주요 문화유산에도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정책으로 얻는 추가 수익을 문화유산 관리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문화유산을 시민권 일부로 삼는 ‘접근권’의 가치를 내세워온 프랑스 문화정치의 ‘배신’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인문적 보편성을 국가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아온 프랑스 문화정치의 변화는, 문화정치를 국가 운영의 핵심으로 삼아온 나라다운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문화유산을 공공의 가치로 유지해온 국가적 기준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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