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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지역별 유적지와 기념사업 - 정읍 ①] 동학농민혁명 첫 함성 울려퍼진 곳…유적지 '전국 최다'

고부관아 터·사발통문 작성지 등 곳곳에 / 국가 사적 지정, 체계적 관리·보전 필요 / 전북도·시, 문화재 추가 지정 추진 나서

▲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정읍시 고부면 무명동학농민군위령탑.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였던 정읍지역은 혁명의 발자취가 담긴 유적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농민 수탈의 상징이 되고 있는 만석보와 혁명을 계획한 사발통문 작성지, 관군을 맞아 대승을 거둔 황토현 전적지 등이 당시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특히 동학혁명의 함성이 가장 힘차게 울려퍼진 곳인 정읍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유적지와 혁명을 기리는 기념탑·비가 건립돼 있기도 하다.

 

혁명의 산실이자 혁명의 진행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정읍지역은 동학농민혁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읍시에 따르면 정읍지역 동학 문화재로는 국가에 의해 3건(전봉준 고택·황토현 전적지·백산성), 전북도에 의해 3건(만석보 터·말목장터와 감나무·고부관아 터)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와 함께 정읍시는 유적지의 관광자원화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내 비지정 문화재인 유적지 11곳과 유물 3건의 문화재 지정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유적지 11곳은 전봉준 단소, 원평 농민군 무덤·집강소, 대둔산 최후항전지, 태인 전투지, 삼례 봉기 터, 전봉준 피체지, 김개남 고택 터, 은적암, 전봉준 생가 터, 초록바위다. 유물 3건은 대원군 효유문, 종리원사부동학사, 정읍 순교약력이다.

 

이에 동학농민혁명 2주갑을 맞아 정읍지역의 혁명 유적지를 찾아, 그 역사적 의미와 시사점에 대해 짚어본다. 답사에는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이 동행했다.

 

△수탈의 상징, 만석보

▲ ‘농민 착취의 상짱 만석보.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만석보는 정읍천과 태인천이 합류하는 동진강 상류에 세워졌다. 1892년 고부군수 조병갑은 인근에 이미 제 기능을 다하던 예동보가 있었음에도 군민들을 강제로 동원 만석보를 쌓았다.특히 조병갑은 보세(洑稅)라 하여 보의 윗논은 1마지기에 2말, 아랫논은 1말씩 징수해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전봉준, 김도삼, 정익서 등 고부 군민들은 1893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고부관아에 수세감면을 진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노한 농민들은 전봉준의 지도 아래 1894년 1월 10일 고부관아를 들이쳤다.

 

현재도 만석보는 조병갑의 악랄한 농민 착취 등 수탈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넓디 넓은 배들평과 만석보에 서린 농민군의 땀과 눈물은 역사의 물줄기를 따라 현재까지 유유히 흐르고 있다.

 

△동학혁명 모의탑·농민군 위령탑

 

정읍시 고부면에 위치한 동학혁명 모의탑은 1969년 사발통문 거사계획 참여자 후손들이 중심이 돼 만든 것이다. 이 탑은 인근에서 혁명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모의탑 옆면에는 사발통문과 결의문이 새겨져 있다. 또 후면에는 사발통문 서명자 20명의 생몰연대와 그 후손들의 거주지 등이 기록돼 있다.

 

이 사발통문은 1968년 사발통문 서명자의 한 사람인 송국섭의 아들 송기태가 여산 송씨 족보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고부농민항쟁이 우발적 감정의 폭발이 아닌 철저한 계획 아래 진행됐음을 알려주는 자료이다. 현재 원문은 송씨 일가에서 보관하고 있다. 모의탑 인근에는 실제로 사발통문을 작성한 곳이 자리하고 있다. 옛 모습은 찾을 길이 없지만 혁명 거사를 준비한 곳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가까운 곳에는 1994년 세워진 무명동학농민군위령탑이 있다. 사발통문 모양의 둘레석안에 5m 크기의 주탑과 주탑을 둘러 싼 1~2m 크기의 보조탑 32개에 각각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농민군을 상징하는 얼굴과 당시 무기로 사용됐던 죽창 등이 조형물로 조성돼 있다. 밥그릇 모양의 조형물은 당시 농민군이 들고 일어서게 된 이유로 꼽히는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표현한 듯 했다.

 

△말목장터와 감나무

 

조선시대 정읍지역의 큰 시장터인 말목장터는 1894년 1월 일어난 고부농민봉기 당시 농민군들이 주둔해 있던 곳이다. 이 일대는 2001년 전북기념물(제110호)로 지정됐으며, ‘말목정’등 기념물이 건립돼 있다.

 

농민봉기 당시 전봉준은 통문을 돌려 갑오년 1월 9일 저녁 농민들을 이곳에 모이게 했다고 한다. 당시 여기 모인 500여명의 농민군은 고부관아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옥문을 열어 억울하게 갇혀 있던 군민들을 풀어주는 한편 고부군수 조병갑의 악정에 조력한 자들을 소환하거나 잡아들였다.

 

여기 있는 감나무는 당시 집결해 있던 농민군들이 잠시 기대어 쉬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21m, 둘레 1.8m이며 수령은 180년 정도인 이 감나무는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관으로 옮겨져 있다.

 

△황토현 전적지·동학혁명기념탑

 

정읍시 덕천면에 자리한 황토현 전적지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이 관군을 맞아 대승을 거둔 곳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동학혁명을 기린 기념유적인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1963년 세워진 탑은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주도로 건립됐다.

 

이전까지 ‘동학란’으로 치부되다가 당시 ‘혁명’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함으로써 혁명사 연구의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고,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황토현 전적지의 한 높다란 언덕에 세워진 탑에서는 정읍지역의 혁명 유적지가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기단부에는 ‘甲午東學革命紀念塔’이라는 글이, 뒷면에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가보리’라는 구전민요가 새겨져 있었다.

 

탑을 내려오면 인근에는 전봉준을 기리는 사당과 전투 중 전사한 농민군의 위패가 보관된 구민사가 자리하고 있다. 어지럽던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어섰다 한 줌 흙으로 사라진 농민군의 혼이 면면이 흐르는 듯 했다.

 

동행한 이병규 박사는 “황토현 전적지 인근은 국가 차원에서 동학혁명을 기렸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장소”라며 “최근 정부에서 이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봉준 고택과 부모묘

▲ 전봉준 고택.

정읍시 이평면에 자리한 전봉준 고택은 사적 제293호로 지정돼 있다. 1890년대 당시 일반적인 농가의 모습을 재현한 고택은 정면 4칸, 측면 1칸이다. 전봉준이 28세 때인 1878년에 지워진 고택은 1894년 안핵사 이용태에 의해 일부 소실됐다가 1974년 보수했다.

 

고택 옆에는 초가로 지은 관리동이 있고, 인근에는 당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우물이 자리하고 있다. 전봉준은 이곳에서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는 전봉준 단소가 있다. 전봉준의 가묘인 이곳에 자리한 단비에는 ‘갑오민주창의통수 천안전공 봉준지단’이라고 쓰여있다. 1954년 천안 전씨 문중에서 말들었고, 단비명은 사학가 김상기 박사가 이름 지었다. 전봉준과 비를 세운 이들의 행적을 적은 비가 가득 세워져 있어 어지러울 정도였다.

 

여기서 15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전봉준 부모묘가 있다.

 

△유적지 체계적인 관리·보전 시급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은 “혁명 정신을 널리 구현하기 위해선 유적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전이 급선무”라며 “특히 고부관아터의 경우 역사적 의의가 큰 만큼 국가사적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단지 거쳐가는 곳이 아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유적지가 되려면, 유적 하나하나에 특색 있는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면서 “이로써 관광자원화가 된다면 많은 관광객들이 정읍을 찾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학혁명의 본고장인 정읍지역 유적의 역사적 가치와 시사점을 유지·계승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선양 사업이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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